▲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그동안 포항시를 나타내는 이름은 수없이 많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철강도시라는 얼굴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다만 2000년대 들어선 이후 포항시 스스로 조금은 다른 얼굴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동해중심도시, 로봇시티 선언 등은 물론 행복도시, 감사도시 등 많은 얼굴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이러한 얼굴들은 포항시민 전체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인식되지는 못한 인상이다.

한편 최근 포항시가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도시의 얼굴로 내세운 얼굴은 이제 창조도시다. 이름 자체만으로는 다소 추상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철강이라는 강인한 이미지와 그간의 감성적이었던 이름 대신 무언가 새로운 그리고 역동적인 것을 기대할 만한 이름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과연 무엇을 창조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경제성장에 있어 기술혁신 등으로 불리는 창조적 이노베이션을 통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다. 포항은 사실상의 창조도시였다. 척박한 해안가의 마을이 세계 Top 10에 들어가는 철강회사를 지닌 강소도시로서 우뚝섰기 때문이다. 또한 포항운하와 같은 새로운 관광지점이 생겨나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를 통한 지역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것도 국내에서 자랑할 만한 창조경제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창조경제는 지역내 기업, 가계, 산업, 재정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고용창출을 수반하는 기업의 육성이라고 본다. 연구개발 성과의 결과물로서 지역내 기업을 창업하고 잘 키워 강소기업이 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보되고, 고용의 창출과 더불어 젊은이의 유입으로 도시고령화가 억제되며 지방재정도 튼실하게 할 수 있는 두 마리 이상의 토끼도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기업을 키울 것인가? 단순히 영세적인 소기업만 양산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는 글로벌 니치 탑(GNT:Global Niche Top) 기업 또는 글로벌 히든 챔피언(GHC:Global Hidden Champion) 기업이라 불리는 강소기업을 떠올려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GNT 또는 GHC라 불리는 강소기업의 정의는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세계적인 시장, 좁은 분야, 시장점유율 넘버원인 기업들을 말한다. 조용히 세계시장을 한손에 쥐고 있는 기업들인 것이다.

포항이 앞으로 창조도시를 표방하려면 바로 이러한 기업들을 육성해야만 한다. 주로 일본과 독일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3가지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세계 넘버원이 될 수 있는 시장이나 제품의 영역을 매우 좁혀 진출하였다. 둘째, 만든 제품(하드웨어)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까지 조합한 전체에서 고객의 신뢰를 유지시켰다. 셋째, 경쟁력을 유지함에 있어 모든 것을 자사에서만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때에 따라 부족한 경영자원은 적극적인 아웃소싱을 통해 보완해나갔다.

포항이 창조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앞에서 언급한 강소기업의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하겠지만 굳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넘버원을 노릴 필요는 없다. 작게는 국내 넘버원 더 작게는 대구경북, 내지는 포항에서 만이라도 넘버원을 우선 목표로 기업 창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조건 창업기업이면 지원하기보다는 매우 좁은 시장이라도 넘버원이 될 수 있겠는지를 충분히 사전에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기업 자체에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지역의 다른 기업과 연대하면 좋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예비창업자나 연구개발자들도 우선 창업을 서두르기 보다는 창업 이전단계부터 사전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시장의 수요와 진출대상을 염두에 두면서 출발점부터 히든챔피언을 노리는 사업계획을 구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간을 갖고 이러한 기업들이 하나씩 나타나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포항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창조도시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벤치마크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