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획취재 - 철강도시 포항, 도시혁신 필요하다

▲ 통수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황량한 포항운하 주변 모습.
▲ 통수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황량한 포항운하 주변 모습.

조그마한 어촌에서 출발해 인구 53만명에 이르는 철강도시로 성장한 포항이 현재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경제의 중심인 철강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등 주변 국가들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나의 산업만으로는 더이상 도시의 경쟁력을 찾을 수 없는 시대로, 포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강산업 이외의 새로운 도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경쟁력이 떨어지고, 도심이 쇠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에 대한 해답으로 수많은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포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민간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준비해 온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정하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에서 결국 탈락했고, 도시재생계획은 새국면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본지는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히는 영국 셰필드와 전북 전주, 경남 창원의 사례를 소개하고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해 포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제적 경쟁심화 따른 철강경기 장기 불황, 지역경제 타격
번성하던 구도심 인구 줄고 상권 현저히 쇠퇴, 새 변화 절실
KTX시대 자본유출 막고 신도심과 균형발전에 초점 맞춰야

■ 글 싣는 순서

① 침체된 지역경제, 위기의 포항
②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재생 - 영국 셰필드⑴
③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재생 - 영국 셰필드⑵
④ 지역맞춤형 도시재생의 산실 - 전북 전주⑴
⑤ 지역맞춤형 도시재생의 산실 - 전북 전주⑵
⑥ 쇠퇴한 도심, 예술로 살린다 - 경남 창원
⑦ 포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

□구도심과 함께 황폐화된 상권

도심 확장으로 인해 낙후된 구도심은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미 전국에서도 많은 도시가 이러한 현상을 겪고 있고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지자 이를 집중하고 있다. 정부도 관련 법을 제정하고 도시재생을 통해 구도심을 되살리는데 힘을 보태고 있으나 당장 눈앞에 성과가 드러나는 단기적인 작업이 아닌데다 활성화 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상당수의 자치기관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기존 상권이 점차 황폐화 돼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다. 1980~90년대 사이 가장 번화했던 포항 오거리~육거리 일대는 포항의 중심지였지만 이제는 텅 비어있는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로변 상가들은 점포가 비어있기 일쑤고, 일부는 아예 임대문의조차 없이 방치되고 있다. 쇠퇴한 상권은 점점 되살리기 어려워졌고, 휴일이나 주말이 되면 각종 아울렛·쇼핑센터가 들어선 가까운 대구·울산·경주 등으로 쇼핑객들이 빠져 나가면서 지역자본이 유출되고 있다. 또한 방치된 낡은 상가들이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있으며 우범지역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 포항상권의 중심지인 포항 중앙상가 거리.
▲ 포항상권의 중심지인 포항 중앙상가 거리.

여기에 오는 2015년 이후 KTX 직결선, 포항-울산간 고속도로까지 개통될 경우, 포항의 기존 상권에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항은 지난해 통수한 포항운하와 죽도시장을 연계해 새로운 해양관광도시로 자리잡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통한지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포항운하 주변의 삭막하게 방치된 상업지는 아직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외부 관광객·인구를 끌어들일만한 새로운 컨텐츠나 전략을 준비하지 못하면 관광효과에 한계가 있고, 오히려 새 교통시대로 인해 포항의 기존 인구와 자본이 밖으로 내몰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할 수 있다. 이미 기존 KTX 개통으로 한차례 진통을 앓았던 대구와 울산, 부산 등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관찰된 바 있다. 이른바 `빨대효과`다. 대구에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높아지자 의료 등 일부 분야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울산은 같은 지방도시인 부산으로 원정 쇼핑을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반면 탄탄한 쇼핑·관광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KTX 개통 후에 전시·박람회산업이 급성장하고, 방문객이 느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일부 시민들이 서울로 유입되는 반대의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 해외에서도 고속철도 개통 후 도시의 기능이 재편되는가 하면 기존 상권이 무너지고 여행객 등이 감소하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새 교통시대를 맞이하는 포항도 더이상 긍정적인 측면만 바라보며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많은 통행량과 아트홀, 영화관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현재 육거리 일대는 늘 한산한 모습이다.
▲ 많은 통행량과 아트홀, 영화관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현재 육거리 일대는 늘 한산한 모습이다.

□구도심과 신시가지의 양극화

구도심과 신시가지의 불균형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다. 포항의 대표적인 원도심인 중앙동, 죽도동, 용흥동 일원은 포항시의 주요 행정기관과 포항의 중심상가가 형성돼 포항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곳이다. 하지만 지난 1990년 말 포항시 외곽 지역에 신도시가 대규모로 개발되고, 지난 2006년말 포항시청이 남구 대잠동으로 옮겨지고, 주요 공공시설들도 이전하면서 기존의 상권이 더욱 침체하는 등 원도심의 공동화가 가속화됐다. 이처럼 개발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구도심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인해 이제 북구 장량동, 남구 대이동 등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며 점차 쇠락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 장량동은 현재 포항에서 가장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지난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꾸준한 인구증가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포항의 신시가지다. 장량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장량동의 인구는 6만5천명을 넘어섰다. 이는 경북지역 23개 시·군에 속한 동단위 행정구역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만6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구미시 인동동을 넘지 못했으나 1년새 아파트 입주민들이 큰 폭으로 늘면서 경북 최대 동지역 인구를 자랑하게 됐다. 지난 1980년 1천200여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최근 30년만에 5천% 이상 증가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경우 지난 11일 기준 5만2천여명을 돌파했다. 특히 원룸과 아파트 등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으며, 기존 인구와 신흥 개발지인 문덕·원동의 유입 인구가 합쳐져 빠른 속도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지난 1980년대 4만6천여명의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했던 중앙동은 지난 2010년 기준 1만8천여명이 남았다. 최근 30년간 인구의 60.4%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교통여건이 좋아 포항 중심로(남빈사거리 - 5호광장) 주변 금융기관 및 상권중심을 형성하고, 동해안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죽도시장이 위치해 번창했던 죽도동 역시 지난 1990년 3만9천여명까지 인구가 늘었다가 최근 40.9%나 감소하며 지난 2010년 기준 2만3천여명만 남았다. 또한 하루 유동인구가 2~3만여명에 이르는 거대한 상권을 이뤘던 죽도동이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상주인구가 줄어들자 주변의 송도·상대동 등 기존의 부도심도 함께 쇠퇴현상을 겪고 있다.

 

▲ 포항 제조업 매출액 현황
▲ 포항 제조업 매출액 현황

□포항을 상징하던 철강산업의 부진

포항의 현재 상황을 논하는데 있어서 철강산업은 빼놓을 수가 없는 주제다. 포항의 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5%이며 제조업에서도 특히 매출액의 86.5%가 1차 금속 즉, 철강관련산업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포항지역의 철강산업은 철강제품의 세계적 공급과잉, 중국 및 주변국과의 경쟁심화 등의 이유로 크게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찾아온 지역 경기 불황은 장기적인 침체 등 포항의 전반적인 상황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이른바 포항경제의 `3축`이 포항시에 납부하는 지방세도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 들면서 포항시 재정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겼고, 도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평가다.

포항은 이제 기존의 산업구조로는 경제 규모의 증대도, 새로운 발전도 무턱대고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포항시로서는 철강공단업체의 의존도에서 조금씩 탈피해 새로운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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