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명절에도 과일·채소값 작년보다 되레 하락
소비침체 겹친 탓… 연휴 후 가격폭락 우려까지

풍성하고 즐거운 민족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농민들의 시름이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 등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명절이 바짝 다가와도 제대로 `대목`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38년만의 이른 추석`이라며 유통업계·언론 등은 과일 시세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정작 추석이 다가오자 과일 시세가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특히 사과·배 등 제수용 과일 수급 역시 전혀 차질이 없지만, 오히려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인해 선물 예약 등 소비만 줄어 농민과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실정이다.

1일 현재 포항시농산물도매시장의 과일 도매가는 화산배(15㎏) 한 상자에 4만~4만5천원, 신고배(15㎏) 5만원, 포도(5㎏) 1만원, 거봉(5㎏) 2만원, 밀감(3㎏) 2만원, 토마토(10㎏) 2만4천원, 수박(8㎏) 1만2천원선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추석보다 오히려 평균 15%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여기에 추석이 끝나고 소비가 더욱 줄게 되면 가격이 더 폭락할 가능성도 있어 농민들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청과 상인은 “추석 전쯤 되면 원래 북적대고 바빠져야 하는데 손님도 많이 없고 올해처럼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며 “과일 수급에도 전혀 지장이 없는데, 소비만 줄어들어 시세가 평년만큼 잘 안 나와서 농가들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편, 채소류의 경우 지난달 갑작스런 장마 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줄어 시세가 한달 전에 비해 최근 5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채소류도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 오른 가격이 평년 시세에 못미치고 있다.

1일 포항농협 농산물공판장에 따르면 소비가 가장 많은 깻잎·상추의 경우 2㎏당 2만8천원선이다. 이는 지난해 2㎏당 3만원선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여전히 낮은 가격이다.

이마저도 상반기 마늘, 양파, 배추 등 채소류의 작황이 좋아 넘쳐났던 수확량에 비해,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시세가 바닥을 쳤었던 것이 그나마 회복된 것이다.

공판장 관계자는 “최근 시세가 갑자기 올랐다고 해도 농가 수익은 변함이 없다”며 “시세는 낮고, 인건비는 비싼 상황에 대목인 추석에도 소비가 침체돼 있어 농민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고 우려했다.

이날 죽도시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이번 추석은 빨라서 날씨가 더워 다들 음식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하니 소비가 더 예전같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농사를 지어도 인건비 조차 나오지 않아 다들 어려워 하는 만큼 우리 농산물을 많이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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