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

독일이 통일 되기 전 양독 통일에 관해 소련의 지지를 얻은 것이 외교적 승리이다. 이러한 논리를 한반도 통일 문제에 적용하면 중국의 지지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우리 외교의 현안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방한 시 한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당시 이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외교적 발언이며 덕담 정도의 레토릭으로 이해하였다.

며칠 전 속초에서 열린 한국 국제 정치학회 하계대회에서 중국의 황웨이민 교수(서북대학)는 내가 좌장을 맡은 패널에서 `한반도 통일과 중국의 국가 이익` 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하였다. 더구나 시진핑이 방한이 후 한반도 통일에 관한 중국학자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에 많은 학자들이 경청하였다. 아직도 중국학자들의 입장은 서방 학자들과는 달리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 중국의 소장 학자들의 입장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대부분 관변학자의 입장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주장은 정부의 입장과 괘를 같이 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그는 먼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안정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였다. 그는 한반도의 위기나 불안, 일본의 침략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중국의 국가 이익은 언제나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1894년의 청일전쟁, 1904년의 노일 전쟁, 1931년의 중국의 항일 전쟁, 1950년 한국 전쟁과 같은 불안 상황은 중국의 국익에도 많은 손실을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한반도의 불안한 대치구도는 중국의 국익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 통일은 한반도에서 미군 주둔 명분을 없애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그는 한반도 통일은 분단으로 인한 동북아의 불안을 해소하고 중국의 경제적 이익에 합치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는 학자도 상당수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중국이 인구 7천500만이라는 커다란 소비 시장을 확보할 수 있어 중국의 낙후된 동북 3성을 개발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 통일 국가의 탄생은 인접국 중국에도 상호 경제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초래하여 중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에서의 통일 대박 론의 청사진과도 연계되어 그 논리적 타당성은 입증가능하다.

그러나 그는 새로 태어날 통일 국가의 성격에서는 분명한 전제를 달고 있다. 즉 통일 국가의 성격은 친미적인 국가가 아닌 중립적 국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중국 정부나 학자는 통일 국가의 성격을 겉으로 `중립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본심은 친 중국적인 국가이기를 바랄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어느 국제 세미나에서도 중국학자들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동맹에 의한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해서는 많은 불만을 토로한바 있다. 그들은 한국 정부의 친미 성향의 외교 노선을 우려하면서 현재도 한국의 중립화 외교를 주문하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일부 학자들 중에는 한반도의 강력한 통일 국가 탄생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한반도 통일이 한민족의 민족적 정서와 결합하여 `잃어버린 옛 고구려 영토`의 회복 등 중국과의 영토 분쟁, 서해의 영해 충돌, 동북 공정 등 역사 인식 문제에 이르기 까지 우려되는 부문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입장 역시 중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한반도 통일 국가의 탄생을 바라고 있다. 다행히 오늘의 한중의 외교적 관계는 과거의 소원한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북중 관계는 혈맹관계에서 `보통국가의 관계`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한중관계는 국익에 따라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가변적 상황이다. 우리의 통일을 위한 대중국외교도 이러한 점을 철저히 분석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