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한 남매의 애타는 사연

▲ 지난 27일 오후 폭행 후유증으로 누워있는 동생의 원룸에서 김미선씨가 방바닥에 수북 쌓인 약봉지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동생이 죽도록 맞았어요. 그런데 저희 억울한 사연을 경찰이 제대로 모르는 것 같네요.”

김미선(가명·26·여)씨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공황 장애를 겪고 있다. 최근 예천의 한 펜션에서 잠자던 남동생(23)이 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황당한 폭행을 당했기 때문.

당시 김씨와 동생의 직장 동료와 가족 등 8명은 펜션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동생이 A씨(27)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현장을 목격했다. 지난 16일 주말 오후 9시께 해당 펜션에 도착한 이들은 2층에서 식사와 함께 모처럼 술도 마셨다. 무차별 폭행사건은 다음날 새벽 5시쯤 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발생했다. 먼저 펜션 2층 옆방에 투숙한 A씨가 나무로 제작된 물건으로 잠든 동생의 얼굴을 내리쳤다.

갑자기 큰 충격으로 잠에서 깨어난 동생은 다짜고짜 펜션 마당으로 끌려갔고, 곧바로 A씨는 손에 쥔 소주병 2개로 동생의 머리를 차례로 가격했다. 피가 펑펑 솟는 머리를 감싼 동생은 왜 맞아야 했는지 따졌지만 오로지 주먹만 날아 올 뿐이었다.

김씨의 동생은 구타를 당하면서도 거듭 이유를 묻자 A씨는 급기야 맥주가 든 캔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격했다며 당시 상황을 몸서리쳤다. 결국 둔탁한 소리와 비명에 김씨와 동료들이 뒤늦게 합류해 그나마 A씨의 폭행을 말릴 수 있었다.

펜션 한쪽 모퉁이에서 신음하던 동생의 몰골에 김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찢어진 이마에 퉁퉁 부은 얼굴, 눈에서 피까지 흘러내리는 등 온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경찰신고는 제쳐두고 우선 동생부터 살려야 했다. 급히 인근 병원에 도착했지만 사안이 위급한터라 대구의 더 큰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금까지 부러진 코 수술에다 눈 수술, 성형수술비까지 합친 치료비는 무려 2천400여만원. 결국 김씨는 보험처리로 700여만 원을 납부한 후 조기 퇴원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두메산골서 농사짓는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진 못했고, 유일한 남동생을 돌보지 못한 책임도 마음에 걸렸다.

사정이 이러하자 김씨는 수소문 끝에 가해자 A씨와 그 가족에게 치료비만 변제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지만 그것조차 묵살됐다. 돈도 없거니와 자꾸 귀찮게 하면 사건 당일 A씨가 다친 상처로 진단서를 끊어 되레 고소하겠다는 것.

A씨를 상대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와 면식도 없는데다 폭행한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김씨는 사건 당일 17일 오전 7시47분께 경찰에 첫 신고했지만 상해 진단서를 끊고 정식으로 접수하라는 답변을 들은 후 지난 19일 오후 안동경찰서를 찾아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하지만 경찰수사는 사건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피의자 소환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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