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혁파에 성공하려면 공무원들의 `정신혁명`이 우선돼야 한다. 공무원이 재량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 바로 규제개혁이다. 그래서 역대 정권들이 늘 규제개혁에 실패해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이니 `대통령의 힘`에 끌려가는 형상이다. “규제를 풀면 경제가 풀린다. 기업의 손발을 풀어주면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실업이 해소되고, 경기가 살아난다” 이같은 논리에 따라 대부분의 행정부서들이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데, 감사원만은 버틴다.

“감사원은 인허가를 해준 공무원에 대해서는, 왜 해주었느냐, 묻지만, 해주지 않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그러니 공무원들이 소극적 행정을 한다. 감사원의 자세가 바뀌면 규제도 상당 부분 풀릴 것이다”란 말이 나왔고, 이에 대통령도 “감사원이 조금 혁명적인,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규제개혁을 능동적으로 추진한 공무원에겐 감사를 면제받도록 법으로 규정하라”고 지시했지만, 감사원은 따르지 않았다. “감사 자체를 면제해 주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감사원 내부에 우세하다”란 이유였다.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다는 것인데, 그래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다.

최근에 있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감사원에 대해 “감사 면제 조항을 꼭 법안에 넣으라”고 명령하면서,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이 평가받는 분위기가 안 되면 고치기 힘들다. 규제로 죽고 사는 판인데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의 `정신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행정부처들의 규제완화 행보에도 차질이 올 것은 물론이다.

중앙감사기관이 이렇게 역행보를 보이는 한편, 포항에서는 `모범적인 규제개혁`을 보여 주었다. 포항시가 포스코의 신제강공장 건축을 허가하면서 해군6전단과 고도제한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돼 공정률 60% 진행중 신축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행정협의조정에서 “기지 밖 활주로 378m 연장”방안으로 해결되는 듯했으나, 소음에 시달려온 동해면민들이 집단 반발했다. 행정조정위는 다시 국방부·해군6전단·포항시·포스코 등과 협의를 진행했고, 25일 “활주로 연장을 취소하는 대신 활주로 4m 상향하는 방안”에 합의함으로써 완전 해결을 보았다.

해군6전단이 `법규`에만 매달려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또 동해면민들이 완강히 고집만 부렸다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규제를 풀면 융통성이 발휘되고, 한 발씩 양보하면 이렇게 해결의 길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 한 모범사례가 되었다.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세월호법`도 이렇게 풀기를 바란다. 국회가 국정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오히려 족쇄를 더 단단히 채우는 작태를 보면서 국민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