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기업체에 행사비 갹출 압박까지 해가며 수억 들여 추진
성희롱 사건으로 추락된 학교위상 쇄신 명분
내년 2월 임기만료 신 총장 재신임 꼼수 의혹도

올해 교내 모 교수의 성희롱 사건으로 위상이 땅에 떨어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하 DGIST)가 설립 10주년 행사에 유명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낭비성 행사를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행사를 위해 관련 기관·단체와 기업 등에 수 억원내지 수 천만원의 행사비 지원협찬을 요구하는 등 지위를 이용한 갑(甲)질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GIST는 오는 9월2일 오후 7시30분부터 DGIST 학술정보관 앞 시간의 정원에서 `KBS 열린음악회`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DGIST에 따르면 이번 음악회에는 정훈희, 전인권, 설운도, 박애리 & 팝핍현준, 소유 & 정기고, 블락비 등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대구·경북 지역민들과 DGIST 구성원들이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공공기관이 `마른 수건에서 물 짜내듯` 예산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상황에서 DGIST는 기관 단체장과 정치인을 초청하는 등 과시성 행사를 치르기 위해 거래 관계가 있는 기관 및 기업체의 협찬을 받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할 예정이어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번 행사는 열린 음악회 제작비를 비롯해 각종 부대 비용, 기념식 등 4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성군과 거래업체에 따르면 DGIST는 설립 10주년 행사를 빌미로 달성군에 2억원 상당 협찬을 요구했고, 거래 관계로 인해 협조를 거절할 수 없는 기관 및 업체에게는 1억원, 또는 수 천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DGIST가 설립 10주년행사를 추진하자 지역내 에서는 성희롱 사건으로 위상이 추락한 학교 분위기를 바꾸는 목적 이외에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성철 총장의 임기 연장을 노린 행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DGIST 신성철 총장은 지난 4월 권 모 교수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성희롱 사건을 저지른 사실을 보고 받고도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해당 학과 교수들이 총장실을 찾아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마저도 양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수준으로 처리하고 덮어 버렸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학교 내에 퍼지고 심지어는 외부까지 흘러나가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진실위원회를 열어 조사하고, 권 모 교수 보직을 사퇴하는 선에서 처리하는 등 대학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 DGIST 관계자는 “DGIST 설립 10주년이 크게 축하하거나 할만한 특별한 행사도 아닌데 수억원을 들여 대규모 행사를 가진다는데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높다”며 “국가적으로 예산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교내에도 성희롱 사건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시기에 이런 낭비성 행사를 치르는 것이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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