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휘 서울본부장

어린아이들은 때로 어른들이 감당키 어려운 엉뚱한 요구를 한다. `하늘에 있는 별을 따 달라`며 울고불고 생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경우, 어른들은 아직 이성이 여물지 못한 아이를 꾸짖거나 굳이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줄 알면서도 그저 웃으면서 “그래, 알았다. 그만 울어라. 이따가 별 따줄게.”하고 달랜다. 아이들 역시 `별을 따주겠다`는 어른들의 약속을 기억하고 계속 칭얼대지는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여진 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온갖 불합리가 판을 치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혼란의 와중에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정치인`만 득실대고 `정치`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세월호 사건`을 고리로 정치적 이득을 챙겨보려는 정치꾼들의 저의만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고자 하는 참뜻은 일차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어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고 가해자들에게 응당한 죗값을 치르게 하자는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물질만능주의에 오염된 사회의 뒤안길에 만연된 수많은 부정부패와 부조리에 맞닿아 얽히고 설켜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특별법`은 가해자를 처벌하고자 하는 보복 차원에서만 그 가치가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개혁`, `국민개조`의 시발점이라는 큰 기치를 세우는 하나의 계기로 만들어가는 것이 맞다.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진 유가족들은 우리처럼 평범한 이웃들이다. 그럴진대, 여야가 진통 끝에 만들어낸 합의를 번번이 퇴짜 놓는 강단은 단순한 억하심정을 상회하는 무엇인가를 의심케 한다.

필경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그들이, 정치권이 어렵사리 합의해낸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과 전망을 어떻게 그렇게까지 삐딱하게 분석하고 투철하게 반대할 수 있는가. 누군가, 극단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의식화시켜 이용하려는 영악한 세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혹여 아직도 `대선불복`의 몰상식에 갇힌 채 `박근혜 퇴진`갈망의 노예가 되어 `세월호 비극`을 먹잇감 삼아 선동에 집착하는 불순한 작자들이 뒷배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최근 야당 정치인들에게서 `수치심`이 아예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머리를 맞대고 근근이 만들어낸 `특별법` 합의의 당사자이면서도 두 번이나 입장을 뒤엎어 웃음거리가 된 쪽은 새정치민주연합이다. 그런 그들이 뒤늦게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뻔뻔하고도 초라한 면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무참한 모습은 그악한 파벌다툼으로 피폐해진 야당의 내부세계를 적나라하게 노정한다.

문재인의 어설픈 `단식투쟁`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영오 씨 단식중단 및 유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내세우지만,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속내를 깊이 의심받고 있다. 대선후보였던 그가 고작 존재감을 키우려고 `단식`쇼를 벌이는, 시시한 `밥 굶은 국회의원`의 아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교황도 만나주었는데, 대통령은 왜 안 만나주느냐`는 비난은 세월호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만큼이나 교활하다. 세월호 유족들과 그 주변세력들은 결코 `달을 따 달라`고 보채는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아니다.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시 “대통령이 사기를 쳤다”고 아우성칠 게 뻔하다. 물론, 상대방이 어린아이일지라도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소통의 참가치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경계는 있어야 한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깨우쳐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