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경주 `도솔마을`

▲ 한정식이 유명한 경주시 황남동 도솔마을.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정일근 시인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머니의 밥상이 그리울 땐 경주 `도솔마을`의 수리산 정식을 맛보며 밥상의 선물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경주시 손효자길 8-13에 위치한 도솔마을은 고풍스런 한옥 구조로 돼 있어 한정식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천장이 높지 않아 편안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경주 관광코스 중의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외국인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카메라를 꺼내 들기 바쁘다. 내부의 사소한 공간까지도 작은 연못으로 꾸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까지 배려했다.

자리를 잡고 나면 물 대신 숭늉이 나온다. 놋그릇에 담긴 숭늉을 한 모금 마시고 나면 구수한 향이 입 안 가득 코끝까지 퍼진다. 곧이어 도솔마을의 대표메뉴인 수리산 정식이 한 상 펼쳐진다.

차려진 밥상을 보고 있으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온 자식을 위해 이것저것 반찬을 내오는 어머니의 마음이 잔잔히 전해진다. 나물, 깻잎, 김치전 등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정겨운 반찬은 간이 딱 맞고, 꽁치김치조림, 비지찌개, 묵국은 여느 전문 맛집 못지않은 깊은 맛이 우러난다. 두부양배추말이와 누룽지탕수육처럼 이색적인 반찬 역시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는다. 모두 손맛이 살아있는 요리다.

이 집 한정식의 꽃은 바로 강된장. 손바닥에 상추와 호박잎 한 장씩 차례대로 겹친 다음 밥 한 술 크게 떠 올린 뒤, 자작하게 끓인 강된장으로 마무리해 쌈을 싸 한 입 가득 넣어 꿀떡 삼킨다. 말 그대로 밥알이 `눈 녹듯이` 입 안에서 사라진다. 짜지 않고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구수한 된장 맛에 이끌려 쌈을 싸 먹다보면 자꾸만 줄어드는 밥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

 

▲ 도솔마을의 대표메뉴인 수리산 정식. 반찬 하나하나에 경주의 특색이 담겨 있어 더욱 맛이 좋다.
▲ 도솔마을의 대표메뉴인 수리산 정식. 반찬 하나하나에 경주의 특색이 담겨 있어 더욱 맛이 좋다.

휴가를 맞아 서울에서 경주까지 찾아 온 임경수(56)씨는 야외에 마련된 평상에 앉아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맛봤다. 그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듯한 기분입니다.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차려주시던 밥상이 절로 떠올라 마음까지 따뜻해지네요. 덕분에 술 생각도 절로 나고요”라며 놋그릇에 담긴 동동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식사를 마친 뒤 도솔마을 주변 돌담길을 걸으며 푸른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여유도 이 집만의 특별 후식.

도솔마을 강형욱(60) 대표는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얼마나 값진 시간을 보내며 맛있게 먹었느냐에 따라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게 됩니다”라며 “우리 집 밥을 드시고 가슴 속에 좋은 추억 하나 담아 간다면 그것이 제 행복이자 보람입니다”라고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문의 054-748-9232,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 매주 월요일 휴무)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