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괴연저수지 붕괴
수차례 주민 민원에도
형식적 안전점검 그쳐
A~E중 B등급 판정 무색
노후화 미리 대처 했어야

▲ 21일 오전 9시께 영천시 괴연동 괴연저수지의 수위를 조절하려고 둑 한쪽에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10m 규모의 물넘이(여수토)가 무너지면서 저수지의 물과 토사가 쏟아져 나와 주변 농경지와 인근의 주택이 침수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한 주택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밀려들어 온 토사를 쓸어내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1일 발생한 영천시 괴연저수지의 둑 붕괴사고는 안이하게 대처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최근 내린 폭우로 둑 30m 가량이 뜯겨져 나간 괴연저수지(길이 160m·높이 5.5m)는 1945년에 축조됐다.

이미 내구연한(60년)을 10년 가까이 넘긴 노후시설이다. 행정당국이 사전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갖고 대처했더라면 붕괴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사고 저수지를 포함한 지역 내 각 노후 저수지 등에 대한 당국의 안전점검은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에 그쳤다.

영천시는 지역 내 관리 저수지 928곳에 대해 매년 분기별로 1번씩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중 내구연한을 넘긴 저수지는 70%를 넘는다. 하지만 안전점검 활동은 직원들이 별다른 장비없이 육안으로 둑 함몰 여부 등을 둘러보는 게 전부였다.

축조 시기 등 시설 노후화에 비례해 점검횟수를 늘리는 등의 추가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 또 이달 들어 비가 내리는 일이 잦자 저수지별 비상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둑이 터져 주민들은 “올 것이 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영천시 측은 “점검직원들이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봐도 이상 여부를 알수 있다”며 “매 점검마다 특별한 이상은 없었으며 괴연저수지도 10년전 1차례 보수공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효율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저수지별로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저수지 안전도는 A~E등급까지 5단계로 구분되며, 미흡·불량을 뜻하는 D·E 등급의 경우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영천시가 관리하는 928개 저수지 중 A~C등급에 속하는 것은 827개며, 나머지 101개는 D~E등급이다.

하지만 이 같은 등급 부여 또한 직원들의 육안검사에만 의존하다 보니 제대로 된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괴연저수지는 B등급에 속하지만, 마을 주민은 “수년전부터 보수공사가 필요하다고 민원을 제기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5월말께도 한 주민이 시청을 찾아 “괴연저수지에 물이 새는 것 같다”고 알렸지만 후속조치는 직원들이 1차례 현장을 찾은 것이 전부였다.

김종수 영천부시장은 “괴연저수지의 경우 민원이 들어옴에 따라 등급에 상관없이 1억원 정도의 예산을 반영해 추가 보강공사를 벌일 계획이었다”며 “보다 실질적인 저수지 안전관리가 이뤄지도록 예산지원 등을 중앙정부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영천/조규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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