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역 부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잘 먹고 잘 살았던`포항이 세계적인 철강 경기 위축과 철강시장 무한경쟁이 도래되면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은 없을까. 그런점에서 지금 지역사회가 세계적 철강 도시였다가 몰락한 후 다시 재건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피츠버그시의 사례를 연구하는 등의 노력은 돋보인다. 이런 연구와 고민은 앞으로 포항미래를 위해서라도 전 분야에 걸쳐서 계속 되어야 할터다. 본지는 내년 3월 KTX포항신역사 준공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포항역을 어떻게 활용해야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모색해 본다.

추억·먹거리 전하던 터전
내년 3월 KTX역사 준공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역은 어떤 곳인가
② 포항시·코레일의 활용방안
③ 외국 사례로 본 개발대안<상>
④ 외국 사례로 본 개발대안<하>
⑤ 지역 실정 맞는 아이템 필요
⑥ 지자체 넘어 시민이 주도를

“주말이면 대구에서 죽도시장을 찾는 관광객들로 포항역 인근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지…. 그런데 이런 모습도 이제 얼마 안남았어. 내년 3월에 KTX 포항구간이 개통되니 한 7개월 정도 지나면 이곳도 기억속의 한 장면쯤 되겠지. 아 참, 수십년 간 이곳 주위에서 채소를 팔고하던 할머니 등 상인들은 기차가 끊기면 장사를 그만 둬야 한다며 벌써부터 한숨이야.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그게 걱정이지…”

지난 11일 포항역 인근에서 만난 한 슈퍼마켓 주인은 내년이면 사라질 포항역에 대해 구구절절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서울 유학을 떠나는 아들을 보내기가 아쉬워 기차가 사라질 때 까지 플랫폼에서 한 참을 서 있던 부모님,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자전거에 야채를 한 가득 실어 와 역 앞에서 팔던 아저씨, 선남선녀들이 아쉬움을 간직하고 배웅하던 포항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00년 가까이 포항시민은 물론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발이 돼주던 포항역이 내년 KTX 포항신역사 신설에 따라 역의 기능을 잃기 때문인 것. 포항역은 그동안 포항과 함께 역사를 썼다. 때로는 시민들의 울분을 터뜨리는 장이 됐고, 때로는 모두가 기뻐하며 모였던 장소였을 만큼 포항역은 포항시민들 품안 속에 늘 담겨져 왔다.

포항역은 현재 동해남부선의 종착역이다. 부산 부산진구와 포항 사이를 잇는 동해남부선은 총 길이 147.8km로, 1918년 10월 31일 경주~포항 사이가 개통되면서 포항까지 연결됐다. 포항역 간판은 이때 달았다. 일제강점기에 문을 연 당시 포항역은 동해안의 석탄과 목재, 광물, 해산물 등이 반출된 창구와 통로로 사용된, 가슴아픈 역사도 남아있다. 3단 구조의 독특한 형태의 지붕을 갖춘 현재의 역사는 광복 직전인 1945년 7월 준공됐다. 한달 후인 그해 8월 15일 포항역에는 동해안 주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주권을 되찾은 동해안 주민들이 포항역에 모여 손을 맞잡고 광복의 기쁨을 함께 누렸던 것.

포항역은 포항산업과도 맥을 같이한다. 영일만의 기적이라는 포항제철소가 세워진 1970년부터는 민수용 무연탄 도착 취급역으로 지정되면서 무연탄 수송을 담당했고, 1975년엔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포항제철소의 산업역군을 나르는 출퇴근길을 도맡기도 했다. 비둘기호 열차만 드나들던 포항역은 지난 1993년 서울~포항 새마을호 개통과 함께 급행열차가 드나드는 역으로 성장해 서울로 오가는 시간을 좁혀,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포항의 축이자 경제 발전의 버팀목이 돼 주던 포항역이 이제 내년이면 포항 KTX역에 그 몫을 넘겨주게 된다. 모든 시민들에게 추억 한페이지를 가슴 속 깊이 새기도록 한 포항역이다. 그 포항역을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 보존해야할지 개발해야할지부터, 개발한다면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는지 아니면 중심상업지역의 베드타운으로 만들어야하는지 풀어야 할 난관이 많다. 포항역이 가야하는 방향이라면 문을 닫고서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보다 열어 놓은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이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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