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2010년 3월26일 천안 함 피격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장병 46명이 전사하였다. 정부는 5월24일 `천안함 사태 관련 대북조치`(이른바 `5·24 조치`)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남북교역 중단, 신규투자 및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 확대 금지,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북한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등이다. 개성공단 사업 외 남북 간 경제활동을 사실상 동결시킨 조치였다.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전까지 5·24조치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달리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지난 7월15일 통일 준비 위원회가 발족되었다. 대통령 직속인 이 기구의 설립 목적은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통일 추진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며, 민·관 협력을 통하여 한반도 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위원회는 각 분야 통일 문제 전문가 50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올해 운영경비만 25억원이나 책정되었다.

새로이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는 우선적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남북문제를 푸는데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통일 준비위원회는 4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선포한 5·24 조치의 해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5·24 조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운신 폭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5·24 조치는 박 대통령의 년 초의 `통일대박론` 이나 3월의 `드레스덴선언`과도 서로 상호 모순된다. 5·24조치는 대결적 조치이고, 드레스덴 선언은 비대결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통일 대박`도 북한 주민에 대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관계의 비정상의 정상화`도 남북의 인적 물적 교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5·24 조치에 대한 그간의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대북 경제 제제 조치인 5·24 조치로 북한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까? 한국무역진흥공사 집계에 따르면 2011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63억 달러였다. 이중 약 90%가 중국과의 무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2011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펴낸 `남북경협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5·24 조치 이후 조사대상 1천17개 업체 중 400여개 남한 업체가 폐업하였다. 5·24 조치로 남북 경협이 무너진 반면, 북-중 교역은 더욱 확대되었다.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실은 5·24 조치가 북을 징벌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협 업체들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대북 어린이 영양 사업, 우리 말 사전 편찬 사업, 조림 사업, 종교인등의 방북 등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9월 인천 아시안 게임에는 북한 선수와 언론인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랜만에 조성된 이러한 남북의 대화와 작은 접촉의 틈 세에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5·24 조치의 해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 1차 통일 준비 위원회 회의에서도 `5·24 조치`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인데 여당과 야당 모두 이 조치를 해제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대화와 접촉만이 북한 당국이나 주민들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은 독일 통일이 가르쳐준 교훈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그간 “말만 있고 실천이 없다”는 비판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연 초에 제시한 `통일 대박`론은 통일에 대한 꿈은 부풀게 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드레스덴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나 대북 정책적인 과제를 제시해야할 시점이다. 그 출발점이 5·24 조치의 해제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