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편집국장

문득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7월 22일 유병언 신원 확인, 7월 25일 유대균·박수경 검거, 7월 28~29일 김엄마·양회정 자수 등 어느새 마무리돼가고 있는 유병언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면서였다.

지난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청해진 해운 소속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되는 대참사를 빚었다. 세월호를 운영한 청해진 해운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이 회사와 세모그룹의 총수였던 유병언 회장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유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전국의 신문과 방송들이 일제히 유 회장을 검거해 처벌하라는 논조의 보도를 쏟아냈고, 유 회장 일가가 부정축재한 엄청난 재산내역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랬던 유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나머지 관련자들이 잇따라 자수하는 이 시점에 `이건 아니다`라고 딴지를 거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몸통은 결코 유 회장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제기된 사고 원인 분석에서도 세월호 선장과 인천세관이 세월호의 정원초과 탑승, 과중한 화물적재 등을 검사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해상재난을 대비해 실시해야할 안전메뉴얼 훈련 한번 안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거나 구조설비인 구명정을 1년에 한번씩 재검사해야 하는데 2년으로 연장시키고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은 점, 회사가 승객의 안전을 외면한 채 돈만 밝혀 배를 증축한 점, 화물을 네 군데 묶어야 하는데 두 군데만 묶어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복원이 되지 않게 돼 있었던 점, 중요한 항해로에선 선장이 직접 운전해야 하는데 5개월도 안된 신참에게 키를 맡겨 배가 중심을 잃게 된 점 등이 참사를 불렀다. 즉, 이번 대참사는 해상 사고가 날 경우 신속하게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과중한 화물적재를 묵인하고 탈법적인 증축을 눈감아 준 철밥통 공무원들의 안일한 근무자세가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결론이다. 따라서 유 회장 일가가 오롯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짊어질 국면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온 나라가 유 회장 일가에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듯이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희생양`을 활용한 국면전환 전술이 아닐까 의심이 드는 것이다.

희생양(scapegoat. 속죄양)은 제물로 바치기 위해 희생시키는 양을 말하는 데, 현대에서는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피해자`란 뜻으로 쓰인다. 특정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리적이며 인문·사회과학적 인과관계 규명 없이 대충 연관이 있어 보이는, 만만한 상대를 찾아서 응징함으로써 “문제가 사라졌다”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유사 이래 계속돼 온 정치의 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유병언 회장을 비롯한 유 회장 일가의 행태는 국민의 공분을 산 만큼 치죄해야 마땅하다. 다만 유병언이란 희생양 뒤에 숨어 웃고 있을, 죗값을 받아 마땅한 `철밥통`들에 대한 책임추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짚어보자는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이 땅에 대형참사가 일어날 때면 대개 안전불감증에 걸린 특정인이나 특정 민간기업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지곤 한다. 시끌시끌한 여론재판 와중에 안전관리·감독권을 한 손에 움켜쥔 채 `갑`질을 일삼던 철밥통들의 얘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래선 안된다.

7·30재보선에서 야당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이슈화했다가 역풍을 맞는 것을 보라.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이슈로 삼는 것을 원치않는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국가 안전시스템 정비와 무사안일한 철밥통 공직자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기대한다. 희생양으로 눈가리려 해선 안된다. 일벌백계, 엄정한 신상필벌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