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미 가즈오 `사전, 시대를 엮다`

사전은 자신이 사는 시대의 모든 지식과 문화, 생활, 사상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집대성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구현된 문화 형식이다. 오늘날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편집하지만, 이전에는 인류가 쌓아 정리한 지식을 후대에 물려주는 가장 훌륭한 매체가 사전이었다.

일본 역사학자 오스미 가즈오(大隅和雄)가 쓴 `사전, 시대를 엮다`는 사전의 역사를 중심으로 일본의 지식문화사를 정리한 독특한 역사서다. 고대부터 근대적 백과사전이 성립한 20세기 초까지를 통사적으로 살피는 가운데 일본이 지금처럼 출판 대국이자 지식 강국이 되기까지 역사적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일본은 고대 이래 중국의 영향으로 동아시아에 자리잡은 유서(類書) 형식을 바탕으로 자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자라난 내용과 형식을 더해 일본 특유의 사전 형식을 세웠다. 근세 이후에는 서구에서 유입된 백과사전을 적극 수용, 마침내 자국어로 쓰인 근대적 형태의 백과사전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책은 일본 사전의 기원을 찾고자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리들을 위해 정무의 선례를 모아 놓은 색인집 성격의 유취국사, 귀족들의 한자사전이었던 왜명유취초, 귀족문화 백과사전 고금저문집을 통해 공적 지식과 일상적 지식이 어떻게 체계화했는지 보여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