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부터 러 수역 입어 오징어船 이메일報告 의무화
협상결과 안알려줘 단말기 미설치 87척 출어 못해
단말기 있어도 선장들 못써…이대로면 올 조업 끝

해양수산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러시아 수역으로 떠나야 할 오징어채낚기선들이 일주일이 넘도록 출항하지 못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29일 구룡포수협 등 오징어채낚기선 선주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러시아 수역으로 조업에 나서야 할 오징어채낚기선 87척이 동해안 각 항포구에 대기중이라는 것. 선박내 이메일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측으로부터 입어불허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채낚기선은 그동안 어획량 등의 보고를 FAX로 러시아측에 통보했으나 올해부터는 이메일로 보고하도록 전면 변경됐다는 것.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한·러 어업위원회 실무협상을 하면서 변경된 내용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책임소재 논란이 일고 있다. 오징어채낚기 선주들은 협상에 나선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사전에 조금만 더 협약서를 꼼꼼하게 챙겼더라면 이 같은 황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원양산업과 조성남 담당은 “그동안 협상때마다 이메일 설치가 협약서에 명시돼 있었지만 오징어채낚기선에 대해 입어제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올 연초 협상때도 일체 언급이 없었다가 갑자기 이메일 단말기 설치를 요구해 와 우리도 얼떨떨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오징어채낚기선에 이메일 단말기를 설치한다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단말기 설치비용도 만만찮은데다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선장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메일 단말기 1대당 설치비용이 1천만원 정도로 오징어채낚기 선주들만 추가부담을 떠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당장 이메일 단말기를 설치한다해도 노령의 선장들이 컴퓨터를 다룰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들 오징어채낚기선 87척은 이날 오후 2시 울진군 후포항에 집결, 해양수산부의 느슨한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4월 한·러 어업협상에서 오징어채낚기선 87척이 올해 러시아 수역에서 어획할 수 있는 쿼터량은 총 7천t 규모. 러시아측에 전달해야 할 입어료는 72만1천달러(약 15억6천600만원)로 확정했다. 따라서 협약 당시 입어료 계약금(전체금액의 10%) 7만2천 달러는 이미 러시아측에 지급한 상태다.

오징어채낚기선 선주들은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을 해야만 나머지 입어료를 지불할 수 있지만 출항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입어료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게 됐다.

오징어채낚기선주협회 허남율 회장은 “해양수산부가 협상 후 그동안 한마디 말도 없다가 출항을 앞두고 느닷없이 이메일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난리를 떨었다”며 “조업기간은 한정돼 있는데 출항은 하지못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러시아 한국대사관 등 외교채널을 통해 오징어채낚기선의 이메일 설치를 1년 유예하는 문제를 놓고 현재 러시아측과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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