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초중고 563명, 갈 곳 없어 집안 방치
방학 프로그램 운영기관도 4곳뿐 수용에 한계

▲ 특수학생들이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포항시 전체 특수학생 중 초등학생이 263명이지만 50명만이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지적장애 3급 자녀를 둔 이모(44·여·남구 해도동)씨는 맞벌이 부부다. 학기 중에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사무실로 출근했지만, 방학기간에는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남편의 벌이로는 아이의 치료와 가정의 생계를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직장도 그만 둘 수 없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을 신청해봤지만 정원이 넘쳐 탈락했다. 이씨에게 방학은 일년에 두 번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포항의 특수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방학 프로그램이 부족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학기간동안 가정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학생들은 방학 때 학원이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가 쉬운 반면 특수학생들은 막상 갈 곳이 없다. 학원을 다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조차 최소 인원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에는 영·유아를 포함한 초·중·고등학교 특수학생이 총 56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특수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포항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와 포항시장애인종합복지관, 경북지적장애인복지협회, 경북장애인부모회 등 총 4곳뿐이다. 특수학생수에 비해 방학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한 것.

포항에서 유일하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정원 50명 모집에 67명이 지원했다. 중·고등부의 경우 복지시설마다 10명 내외의 정원을 두고 있어 전체 특수학생 중 약 10%만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교육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도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저소득층과 중증학생을 위주로 선발하고 있다”며 “매년 15~20명 정도는 기준에 따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향상시킨 일상생활능력과 사회성이 퇴행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고 있다.

경북장애인부모회 백영미 지부장은 “할머니나 할아버지 등 친척과 함께 살고 있는 가정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부모가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아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학기간동안 집에서 보내고 있다"며 보다 많은 특수학생들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조인수 교수 역시 장애아동들이 지속적인 감각훈련을 할 수 있도록 포항시와 공공기관, 복지관이 힘을 모아 시설이나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특수교사나 자원봉사자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포항교육지원청 송말순 장학사는 “방학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예산 지원에 적극 힘써 운영에 활력을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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