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물거품 된 `포항TP 2산단`
조성첨단과학단지 → 일반산단 추진하다 결국 좌초
市, 투자금 171억·재산권 묶인 주민 등 숙제로

▲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이미 집행된 예산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달전·학전 지역 지주들의 원성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2단지 조성 예정이었던 학전리 일대. <br /><br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이미 집행된 예산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달전·학전 지역 지주들의 원성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2단지 조성 예정이었던 학전리 일대.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시(박승호 전 시장 당시)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이하 TP2) 조성사업이 결국 백지화 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의 백지화는 이강덕 시장체제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지역성장 축 개발 등 의욕적으로 내놓을 구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TP2 사업은 지난 200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구 연일읍 학전리 일원 165만9016㎡를 일반산단으로 지정 승인 고시한 시는 5천168억원(국비 473억원, 시비 60억원, 민자 4천635억원)을 들여 2018년 준공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최대 주주인 (주)포스코건설이 글로벌금융위기로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사업시행자인 포항테크노파크PFV(주)가 설립돼 그 해 12월 산업단지 계획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큰 암초에 부닥친다. 허가 과정에서 대구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이곳에 일반산단이 들어 설 수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이때부터 포항시는 그동안 TP2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구지방환경청을 찾아 설득하고, 국무총리실 행정협의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까지 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어떻게든 매듭을 풀어보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답은 찾지못했다. 백방의 노력에도 해결 기미가 없자 결국 포항시 등은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포항시의 한가닥 기대마저 외면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결과였다. 법원 판결에 앞서 포항시는 지난 6월 감사원으로부터도“이 사업을 포기하라”는 권고를 받아 사실상 좌초된 상태였다.

TP2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이제 문제는 출자사들의 손실액 보전과 12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한 해당지역 지주·주민들의 보상만 남게됐다.

□이미 투자한 171억원 어디서 보상받나

이강덕 시장은 6월 당선 이후 이 문제를 보고 받았다. 그 후 나름의 인맥을 동원, 해결책을 찾아 봤지만 묘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면 그가 추진하는 신성장 동력 발판 기지를 그곳에서 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 다른 부지를 찾아야 하는 일도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포항시는 후폭풍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제와서 손을 뗀다해도 문제다. 포항시와 건설사, 금융기관 등 11개 법인들이 출자한 자본금 300억원 가운데 171억원은 이미 지출되고 없는 상태라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등 뒷수습이 심각하다. 당장 지분 32.1%(96억3천만원)를 갖고 있는 포스코건설, 서희건설, 포스코ICT, 운강건설(구 동양종합건설), SC종합건설 등 5개 출자사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 5개 출자 건설사들은 추후 포항시에 구상권 청구소송을 해서라도 원금을 회수할 방침이어서 지금까지는 같은 목표를 향해갔지만 앞으론 법정에서 마주서야 할 상황이다. 물론 포항시도 출자 투자지분 20%(60억원)를 한 푼도 건질 수 없게됐다. 이런 가운데 143억7천만원(지분 47.9%)을 투자한 5개 출자 은행(신한, 농협, 대구, 우리, 전북은행)은 협약 당시 문제가 발생하면 출자금 중에서 우선 돌려받는다는 규정에 서명, 피해를 최소화시킨 점은 눈길을 끈다.

□12년간 재산권행사 못한 지주·주민들 울분

사업지구였던 이곳 지주 590여명과 90여가구의 주민들은 지난 2005년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12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해 왔다. 이번 행정소송 패소로 사업이 백지화됐다는 소식에 지주들과 주민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들 지주와 주민들은 지난해 7월 포항시청을 방문해 당시 박승호 시장과 면담하고, TP2 사업을 중지해 달라고 몇차례 요청까지 했는데 이같은 결과가 나와 허탈하고 토로했다. 지주와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재산권 보상 등 향후 제안을 내놓으라고 포항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TP2 대책위 금종욱 사무국장은“포항시가 12년전부터 이 지역을 첨단연구개발단지로 묶어 놓는 바람에 지금껏 아무 것도 못한다. 이로 인해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이제 더 이상 포항시의 행정을 기다릴 수 없으니 당장 보상하거나 묶인 토지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 주민대책위 금종욱 사무국장
▲ 주민대책위 금종욱 사무국장
인터뷰 주민대책위 금종욱 사무국장
“市 보상 미적대면 재산권청구 등 법정소송”

-포항TP2단지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는데.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는 10여년전 박기환 전 시장시절 최초로 추진될 당시 R&D산업 위주의 첨단과학단지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이때는 연구소 위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대구지방법원 판결에서 지적된 상수원 보호구역 관련법에는 저촉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박승호 시장이 이곳을 일반산단으로 변환시키면서 환경청이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상수원 보호를 위해 해당 지역에 제조공장을 건립할 수 없다고 제지했다.

-포항시는 어떤 입장을 전달하던가.

△사실 재판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는 승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때문에 만약 패소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포항시 담당공무원들에게 수차례했지만 애매모호한 답변만 늘어놓을 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29일 미팅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싶다는 입장만 전해 왔을 뿐 사업 추진방향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주민대책위 차원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29일 만남을 통해 포항시에서 먼저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 보상방안(농로 확장 및 재포장, 주민복지시설 확충, 제방 보수 등)에 대해 언급했지만 시 측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제안한다면 주민들도 이에 대한 협상방안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에서 이처럼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할 경우 대규모 집회와 함께 재산권 청구 등 법정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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