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내수활성화 위해 필요…세수 `제로`가 정책 목표”
허창수 전경련 회장 “부작용 커 폭넓은 논의 거쳐 신중한 판단을”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자 기업들이 신중론을 제기하면서도 긴장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 중 세금, 배당 등 회사 밖으로 빠져나간 금액을 제외하고 내부에 쌓아두는 현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5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사내유보금 과세는)기업의 성과가 투자·배당·임금 등을 통해 경제에 흘러가게 유도하는 게 목적”이라며 “관련 세수가 `제로`가 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지만,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투자·배당·임금 등으로 사용해 관련 세금을 내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는 의미다.

기업들은 신중론을 제기하면서도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최 부총리가 기업 사내 유보금을 시중에 흐르게 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나선데다 기업 사내유보금 관련 정책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내 유보금 과세는 정책적 필요성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조금 더 폭넓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제안했다.

허 회장은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 침체가 오래가고 있는 데다 원화절상도 계속되고 있어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내수 경제 활성화 방침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 사내유보금이란

사내유보 소득 과세는 1991년 기업들의 배당 과세 불공평을 시정하기 위해 도입한 바 있다. 이 정책은 아쉽게도 배당효과가 미비하고 이중과세 논란, 일률적 적정유보 소득 산정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시행 10년째인 2001년 폐지됐다. 이번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정부가 고육책으로 이 제도를 부활하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62조원에 이른다.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616조원으로 2010년 421조원에 비해 46.3%가 증가했다. 삼성이 약 182조원, 현대차가 70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유보금이 급증하는 데에는 대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낸데 비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아두는 경향 때문이다. 문제는 사내유보금이 모두 현금으로만 있지 않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현금성 자산보유 비율은 9.3%로 미국 23.7%, 일본 21.4%, 대만 22.3%, 유럽 14.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사내유보 과세를 통한 소비, 투자 확대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내수를 증대시키기는 커녕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확대에도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의 경우 주로 외국인 주주들이 많아 배당을 늘린다 해도 국내소비 증진보다는 외국인 배만 불리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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