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보다 맥주값 최대 1천원 비싸… 판매가 표시 없어 `부르는게 값`

▲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나들가게. 간판 가장자리에 `나들가게` 인증 엠블렘이 설치돼 있다.

지난 18일 오후 2시께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로렌스(29·호주)씨는 캔음료를 구입하고자 `△△나들가게`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진열장 어디에도 가격표시가 없어 음료를 골라 계산대로 향했다. 점주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펼쳐 `2천원`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평소 구입하던 금액보다 비싼 가격에 그는 선뜻 지폐를 꺼내지 못하고 망설였다.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인 경주의`나들가게`가 바가지요금으로 한국 대표 관광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들가게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중소종합소매업(골목슈퍼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컨설팅 및 시설개선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나들가게로 선정되면 점주교육과 점포운영컨설팅, 경영분석서비스가 가능한 POS프로그램 설치, 점포환경개선에 필요한 자금융자(1억원 이내) 등을 지원받는다.

각종 혜택을 받은 나들가게가 경주에서는 관광지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바가지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이 있어 내 집 같이 편하고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가고 싶은 가게`임을 홍보하는 나들가게가 소비자들에게 가격부담을 주고 있는 것.

경주와 포항 나들가게의 물품가격을 비교해보니 실제로 큰 차이가 있었다. 경주는 맥주 피처(1.6L)의 평균가격범위가 5천200원에서부터 5천500원까지였다.

반면 포항은 평균 4천500원으로 판매되고 있어 최대 1천원 저렴했다. 생수 2L는 최소 200원에서 최대 500원까지 저렴해 경주 나들가게의 관광지 가격 횡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에서 온 관광객 김모(33)씨는 “우리동네 나들가게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 무심코 음료나 과자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라며 “차라리 대형할인마트나 편의점에서 포인트 혜택까지 받고 저렴하게 구입하겠다. 이렇게 비싸 누가 나들가게 이용하겠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더불어 나들가게 내에서 판매가격표시를 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격표시제에 따르면 33㎡(특별시·광역시 17㎡) 이상 소매점은 판매업자가 최종판매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홈페이지에도 가격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게시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소상공인진흥공단 경주센터 관계자는 “나들가게는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가게마다 판매가격이 천차만별이다”며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므로 판매가격은 업주가 임의로 정한다”고 말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역시 판매가격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경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변우희 학과장은 “행정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를 빙자해 이중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나들가게는 관광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관광지는 물가가 비싸다`라는 인식은 결국 경주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소비자고발센터와 연계해 슈퍼마켓부터 음식점, 커피숍 등 바가지요금을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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