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획취재 시리즈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꿈꾼다

▲ AP포럼 만찬회에서 노덴버그 피츠버그대 총장과 이병석 국회부의장, 김용민 포스텍 총장이 환담을 하고 있다.

대학·연구기관 연구사례 활용 기술사업화 성공사례 적어
정부차원 투자증대 법적근거 마련 지자체 역량 집중해야
혁신리더 모임 AP포럼, 성장동력 발굴 선도적 역할 기대

■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의 과학 인프라 활용 가능성
② 포항시와 지역 연구기관 협조 실태
③ 대덕연구단지의 성공사례
④ 대전시·대덕연구단지 상생 비결
⑤ 세계최고 연구단지 獨 아들러스호프
⑥ 아들러스호프, 세계과학 비전 제시하다
⑦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가능한가
⑧ 포항 과학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포항의 과학인프라와 지역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독일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성공사례를 비교·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연구단지의 공통점은 정부의 전략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산·학·연이 함께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면서 우수한 연구성과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같은 성과물은 지역의 기업에 기술이전 형식으로 사업화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지않은 공을 세웠다. 포항은 포스트 철강시대를 맞아 지역의 뛰어난 첨단과학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에 대한 성과를 체감하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으며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해외기획취재 시리즈 `포항의 과학인프라와 지역발전` 마지막 회에서는 그동안 포항과학이 이룩한 성과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AP포럼은 포스텍,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 등 포항지역 혁신리더들의 모임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 포항 청송대에서 열린 미국 피츠버그대 마크 노덴버그 총장 초청 AP포럼 만찬회 모습.
▲ AP포럼은 포스텍,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 등 포항지역 혁신리더들의 모임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 포항 청송대에서 열린 미국 피츠버그대 마크 노덴버그 총장 초청 AP포럼 만찬회 모습.

□ 기술연구를 넘어 사업화로

(재)포항테크노파크 정책연구소 포커스브리핑 25호 `포항시 과학기술 연구·지원기관의 지역 파급효과`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입주한 7개 연구기관(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포항나노융합기술원,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에서 근무하는 연구인력은 1천500여명으로 사업예산은 7천5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들 7개 기관의 지역 소득창출액은 연간 6천606억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적 파급효과 외에 도시브랜드 이미지 향상, 지역기업의 기술수준 향상, 외부인의 지역방문 촉진 등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포항은 지역의 우수한 첨단과학 인프라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도 불구,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연구기관에서 발생하는 소득창출액이 포항시 총생산액(GRDP) 17조409억원(2011년 기준)에 비해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함께 기술사업화 성공사례가 적다는 부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경우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우수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으며 아들러스호프도 마찬가지로 기술이전사업을 바탕으로 연간 99개의 기업이 새롭게 터를 잡았다는 점을 볼 때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은 과학인프라 활용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포항지역의 기술사업화와 관련된 문제점은 무엇일까. 과학기술분야에서 지니고 있는 대다수의 문제점은 투자문제로 연결되며 투자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의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포항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중심의 연구개발정책과 지방재정의 한계로 첨단 과학기술 부문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텍과 한동대 등 지역대학도 기술사업화에 대한 의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늘날 지역사회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유한 대학에 기술사업화에 대한 역할 증대로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대학의 기본적 역할은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논문, 특허 등 우수한 연구성과물을 창출해내는 것이나 이제는 대학에서도 기술사업화와 관련, 우수사례 창출을 통해 대학의 위상을 드높일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 포스트 철강시대를 위한 준비

포항은 지난 40여년간 이어졌던 철강산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포스트 철강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변화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 6월 포스텍,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 등 포항을 이끌고 있는 핵심리더들은 AP포럼(Advance Pohang Forum)을 구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미국 피츠버그와 시애틀을 방문해 과거 미국의 제조업을 상징했던 양도시가 경쟁력을 상실하며 급격한 쇠락을 맞은 뒤 첨단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과정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김용민 포스텍 총장과 최병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나주영 포항철강공단 이사장 등 13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워싱턴대, 카네기멜론대, 피츠버그대 미국내 유명대학을 차례로 방문해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 양성한 우수인재가 지역사회에 정착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지난 24일에는 AP포럼 출범 2주년을 기념해 미국 피츠버그시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피츠버그대학교 마크 노덴버그(Mark Nordenberg) 총장을 초청해 특별강연을 갖기도 했다.

노덴버그 총장은 피츠버그의 쇠퇴와 재도약 배경에 대해 “포항과 마찬가지로 철강산업에 치우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던 피츠버그는 세계경제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 한때 죽은 도시로 전락했다”며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고, 주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동반돼 새롭게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마련된 AP포럼에 대해서는 “포항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이끌어갈 리더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대표와 대학대표들이 모여 포항의 경제다각화를 위한 단계적 협력이 필요하며 AP포럼은 이같은 역할을 수행할 최적의 집단”이라고 조언했다.

▲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위치한 포항테크노파크. 지역 우수 벤처기업의 요람인 이곳은 현재 88개 업체가 입주해 기술개발 및 사업화에 힘쓰고 있다.
▲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위치한 포항테크노파크. 지역 우수 벤처기업의 요람인 이곳은 현재 88개 업체가 입주해 기술개발 및 사업화에 힘쓰고 있다.

□ 지자체 투자·시민 관심 수반돼야

지역의 우수한 첨단과학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의 신성장 산업을 창출하고, 수많은 기업을 유치·육성해 지역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연구소의 기초 연구 성과물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동해안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적극 추진하고 강소기업 육성 생태계 조성을 위한 `창조경제 선도지역 특별법 제정` 등 당면한 사항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원 DUP 캠퍼스의 연구단, 한동대 ELIS 프로젝트,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국민안전·건강 로봇 프로젝트, 가속기 융합 클러스터 조성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 증대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지역산업 정책 로드맵 수립, 기술사업화 및 기술기획 인력 보강, 지자체의 전담 조직 및 예산확대, 대학의 산학협력단 조직 확대, 창업보육 시설 확충, 지역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 지역 기업의 신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지원 확대 등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투자를 증대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외 우수기업과 인력의 유치를 위한 살기 좋은 도시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지역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시민의 관심과 의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