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을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을 3개월 앞두고 있지만 현행의 민간위탁 운영체제에서 중앙관리체제로 개선, 정부 차원의 예산 등이 대폭 지원되어야 실효성을 거둘 것이란 지적이다.

글 싣는 순서

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
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
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
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역할
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지자체 보조금 지원 수준의 현행 운영체제론 한계
전문인 양성·통합시스템 마련 등 국가서 주도해야

□시행 3개월 앞둔 아동학대 특례법

지난해 8월과 11월 칠곡과 울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정부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2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7년 제4차 위원회 이후 이명박 정부시절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다가 처음 열린 이 회의에서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을 확정지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경찰이 즉시 개입해 수사를 진행하고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퇴거 및 접근금지 조치를 해 친권행사를 일시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한 일선 현장의 반응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 할만한 예산과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05년 아동학대예방 사업을 중앙사업에서 지방사업으로 이양한 이후 더욱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부 또는 지자체가 아닌 민간에 위탁운영하다보니 정부에 의한 국비지원이 아닌 지자체에 의한 경상보조금 지원수준에 그치면서 매번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금도 지역별로 편차가 매우 심각해 상담원간 인건비도 제각각인 현실이다. 실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상담원 인건비는 가장 높은 제주시(3천291만원)와 가장 낮은 대전시(2천17만원)간에 무려 1천274만원의 격차를 보였다.

이처럼 지자체 및 수탁법인의 재정여건에 격차가 발생하면서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처우의 편차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특별법 시행에 따라 경찰과의 공조 업무증가로 인한 인력부족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지난해 전국의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 1만3천76건 중 경찰동행 건수는 586건(2.7%)에 불과했다.

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접수 단계에서 경찰과의 동행조사가 반드시 필요해지면서 연간 1만건 이상의 사례에 대한 합동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아동보호전문기관 1곳당 7.5명에 불과한 인력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강 병 덕<br /><br />한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아동학대 중앙관리시스템 구축해야

이처럼 새롭게 도입되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아동학대 중앙관리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아동학대예방 강사양성을 통한 조기예방 및 지역사회 통합관리를 통해 고위험군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들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아동센터, 드림스타트센터 등과 연계해 아동학대 고위험군가정을 선별, 이들 가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징후 발생시 경보시스템을 가동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아동학대 현장조사 및 초기개입의 역할을, 드림스타트센터를 비롯한 여타 아동복지기관에는 유관기관 연계 및 사후관리의 역할을 하도록 해 기관간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지방에 이관돼 위탁운영을 실시해 오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중앙으로 되돌려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도 늘리고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본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복지서비스기관이라기 보다는 아동대상 범죄를 막고 아동의 인권을 지켜내는 준사법적 성격이 강한 국가기관의 성격이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수반된다.

지역에 따라 많게는 운영예산의 50%이상을 자체충당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이같은 전문성이 결여되기 쉽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허울뿐인 정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지역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추가 설치하고, 상담인력을 확충하는 등 인프라구축을 위해서 정부가 직접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강 병 덕 한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아동학대는 범죄` 인식 큰 변화

재정 빈약해 특례법 현실 적용 시간 걸릴 것
나·우리·우리 가정부터 변화하자 생각 필요

△ 최근 아동학대가 꾸준히 이슈화되고 있지만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원인은.

- 아동학대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아동의 발달적 특성에 대한 관점으로 아동이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학대가해자의 정신병리학적 관점으로 학대가해자의 문제로 학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가정환경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양육자의 양육지식, 경제적 수준, 가정의 분위기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전반적 환경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관점으로 지역사회의 폭력에 대한 태도, 실업이나 고립과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 등이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어떠한 형태의 학대도 아동이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아동은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것을 제공받을 권리와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아동학대는 이러한 권리를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 법이란 한 국가가 최소한의 규정을 강제하는 장치라 할 수 있는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고 시행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아동학대를 단순히 양육이나 훈육을 좀 지나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것을 범죄의 하나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의 변화는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허나 법으로 인한 변화는 법이 엄격하게 집행 될 때 나타나게 될 것이다.

변화가 현실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법 집행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아쉽지만 이와 같은 제도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된다. 제도의 변화는 곧 발생하겠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동학대로부터 자유로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역할은.

- 한 아이의 출생과 성장은 더 이상 한 가족의 사적인 일이 아니다. 출생 장려금이나 양육·보육 수당은 아이의 출생과 성장이 지역사회의 일이고, 국가의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러한 재정 지출을 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지역 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아이들이 성장했다.

어떠한 종류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고, 나이나 성별 등에 의한 차별이 없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이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후세에 물려주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모방하면서 자란다. 가정에서 건강한 어른의 모델이 없다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모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나부터, 우리부터, 우리 가정부터, 우리 지역사회부터 일어나게 될 때 가장 빠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먼저 우리 가정에 있는 자녀에게, 우리 주위에 있는 아동에게 반가운 눈인사,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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