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을

▲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

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
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
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
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역할
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 아동학대 신고사례

경북지역의 한 정신보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경미(가명)씨는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건강에 이상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아동에 대한 상담의뢰를 받았다.

상담대상자인 유한준(10·가명)군은 상담이 진행되는 내내 김씨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상담의 취지를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유군을 진정시킨 후 스스로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유군의 입에서는 놀랄만한 사실이 전해졌다. 부모로부터 수년간 정서적 학대를 받아 학교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는 내용이었다.

유군의 부모는 평소 유군과 남동생을 비교하며 인격을 모독하는 말과 욕설을 자주 사용했고, 유군은 가족 내에서 자연스레 왕따가 됐다.

특히 부모가 정한 규칙을 유군이 지키지 않았을 경우 장롱 안에서 몇시간씩 가둬두거나 옷을 다 벗긴채 현관문 밖으로 쫓아내는 가혹행위가 수차례 반복됐다.

뜻밖의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은 김씨는 이같은 행위가 일반적인 훈육이 아닌 아동학대로 판단돼 아동학대 신고전화 1577-1391로 신고했고, 이를 전해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유군을 부모로부터 격리시킨 후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비슷한 시기 경북지역의 한 소방서 구급대원인 최정훈(가명)씨는 30대 부부가 한밤중에 부부싸움을 벌이다 남편이 휘두른 칼에 아내가 상처를 입어 출혈이 심하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최씨는 구조를 위해 집으로 들어선 순간 집안에서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안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봉투와 함께 2명의 아동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두 아동은 또래 아이들보다 마르고 왜소한 모습이었고, 오랫동안 세탁이 되지 않은 듯한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다.

최씨는 피를 흘리고 있는 30대 여성을 인근 병원으로 옮긴 후 아동이 방임되고 있다는 내용을 신고해 아이들이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

 

▲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당신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아동의 경우 특성상 자신의 위험을 외부로 알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없이는 아동학대를 발견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아동 중 30%가 자기방어나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만 6세 미만의 아동이다.

학대피해가 발생해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알릴 수가 없어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시민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직무상 아동학대를 인지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의 일반시민들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이들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분류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에는 교직원직군, 의료인직군, 시설봉사자 및 공무원 직군 등 22개 직군이 포함된다.

이들 직군에서 근무하는 종사자의 경우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하게 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의결되면서 오는 9월 29일부터는 신고의무자 직군이 확대되고 의무위반시 처분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의심이 되는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의무가 강화됐다.

미신고시 처분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상향 조정됐고, 신고의무자 직군도 아이돌보미,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 수행인력 등 2개 직군이 추가된 24개 직군으로 늘어났다.

□ 아동학대 신고의식 갈수록 개선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지만 놓치기 쉬운 아동학대를 인지하는데 있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는 지난 2000년 10월 관련법이 최초 시행된 이후 2001년 686건에서 2012년 3천316건으로 무려 4.8배 증가했다.

직군별로는 사회복지공무원(904건), 교직원(732건), 아동복지시설 종사자(424건), 의료인(85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같은 증가추세는 학대피해를 받는 아동에게서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의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전체 신고 건수(2012년 기준 8천979건)중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36.9%에 불과해 호주(73%), 일본(68%), 미국(58%) 등 주요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를 나타내 보다 적극적인 신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학대받는 아동은 신체에 학대의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작성하는 글이나 그림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신고의무자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주변 아동을 바라보면서 학대 의심징후가 발견될 경우 피해아동의 안전 및 신병을 확보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뒤 현장조사 및 사례개입에 적극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

신고시에는 학대정황을 증명할만한 증거사진을 확보하고 피해아동에게 학대사실을 지속적으로 캐묻거나 유도질문을 하는 행위를 자제하면서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해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최근 아동복지법이 강화되면서 신고의무자에게 주어지는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며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할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철저한 신변안전을 보장하도록 돼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1577-1391로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

△교사 직군

어린이집의 원장 등 보육교직원, 유치원 교직원 및 강사, 초·중등 교직원, 초·중등 전문상담교사 및 산학겸임교사,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

△의료인 직군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장, 의료기사, 구급대 대원, 응급구조사, 정신보건센터의 장과 종사자

△시설종사자 및 공무원 직군

가정위탁지원센터 종사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아동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및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및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 건강가정지원센터 종사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및 성매매피해상담소 종사자, 성폭력피해상담소 및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청소년 시설 및 단체 종사자, 청소년 보호센터 및 재활센터 종사자,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종사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후 신규 적용 직군 (2014년 9월부터 적용)

아이돌봄지원법에 따른 아이돌보미, 아동복지법에 따른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통합서비스 지원 수행인력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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