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사고 닷새 지나도 혼선 여전, 유족 분통
한때 청와대에 집단항의 나서 경찰들과 대치도
출항 전 점검 등 안전수칙 제대로 지킨 게 없어

슬픔을 넘어 분노가 들끓고 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5일째인 20일, 국민들은 무기력한 대한민국을 원망하고 있다. 차가운 바다 속에 갇힌 실종자들을 언제 구할 수 있다는 기약도 없다. 사고 해역을 맴도는 구조대의 모습만 나오는 똑같은 뉴스를 보는 국민들, 가슴 조이던 슬픔은 원망이 되고 분노로 치민다. 끝까지 선박을 지켜야 하는 선장은 승객들을 버렸다. 정부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천재(天災)도 인재(人災)도 아닌 관재(官災)다.

◇사망자 수 58명

범정부사고대책수습본부는 20일 오후 6시 현재까지 시신을 수습한 공식 사망자 수는 58명이라고 밝혔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지난 19일 밤 선체 유리창을 깨고 4층 선수 중앙부에 위치한 격실 내부로 진입해 안에 있던 남성 3명의 시신을 첫 수습했다. 대책본부는 현재 5곳의 선체 내 진입 가능 루트가 개척돼 있고, 가이드라인은 5개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날 함정 204척, 항공기 34대를 이용해 선체 주위 해역을 수색하고 잠수부 696명을 투입해 선내를 집중 수색했다.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는 20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이들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를 받고 이를 재가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재난구호, 복구에 필요한 행정과 복구 보상에 쓰여지는 경비, 의료 혜택 등 중앙정부의 특별 지원을 받게 된다.

◇가족들, 정부 무능 질타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가족 및 국민들의 비판도 거세다.

실종자 학부모들은“애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정부는)무엇을 하고 있느냐. 사고 발생 닷새째가 돼서야 선내에 진입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SNS 등에서도 “대통령이 왔다가도 관계당국간 손발이 맞지 있다”며“정부의 대처상황을 보면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은 물론, 원시적인 대응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또 현 상황에서 선체 인양보다 구조에 먼저 집중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가족들은 이날 새벽 실종자 구조를 촉구하며 청와대로 항의 방문을 가려고 도로를 점거했으며, 이를 만류하던 경찰들과 3시간가량 대치하기도 했다.

◇예고된 관재(官災)

침몰 여객선 세월호는 수많은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선장은 지난 15일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일반화물 657t, 자동차 150대를 실은 것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실린 화물은 1천157t, 차량은 180대다. 또 컨테이너를 싣지 않았다고 기재했지만 선수 갑판에만 10여 개의 컨테이너가 실린 것이 확인됐다.

세월호 승무원은 배가 기울자 초단파무선통신(VHF) 12번 채널로 15일 오전 8시 55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지금 배가 넘어간다”며 조난사실을 알렸다. 해경과 인근 선박에 모두 전파되는 비상채널 16번 채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16번 채널은 공통 대기채널이어서 통신 수화기를 들기만 해도 16번으로 이어지는데 승무원은 사고지점에서 80km나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교신했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인근 선박에 조난신호가 보내지는 비상신호용 `디스트레스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해경의 출동시간도 그만큼 늦어지면서 침몰 초기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선박직`직원, 승객 두고 탈출

선장·항해사·기관사 등 이른바 선박직으로 분류되는 선원 15명은 전원 구조됐다.

학생들이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 때문에 배 밖으로 대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이 이들은 평소 익숙한 통로를 이용해 탈출에 성공했다.

특히, 선장 이씨는 첫 구조선에 몸을 싣고 육지에 도착함으로써 승객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배를 지켜야 하는 선장의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

/이창형·김기태기자

    이창형·김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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