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과장하거나 거짓을 말한다. 자신이 한 말을 확신한다. 그 말을 타인도 그대로 믿는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잘 꾸미고 잘 퍼뜨린다. 현실에 바탕을 두되 진실한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듣는 입장에서는 처음 한두 번은 귀가 솔깃해진다. 그런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자신이 진실만을 말한다고 단정해버린다. 희열과 쾌감을 느끼며 계속해서 타인을 기만한다.

허언증을 앓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허언증은 거짓말을 해서 관심을 얻고자 하는 심리 현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자로부터 관심 받기를 원하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거짓은 일삼는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선의든 악의든 누구나 초 단위로 거짓을 말하고 거짓을 행한단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사소한 거짓은 인간적이고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거짓이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때이다. 허언증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안타까운 이 시점에 모 방송사의 인터뷰 한 건이 온 국민을 분노케했다. 검증 되지 않은 민간 잠수부라는 한 여성의 인터뷰 요지는 이랬다.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말했다. 민간 잠수부들과 관계자의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며 장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다.” 알고 보니 허언을 취미로 일삼는 여자에게 방송사가 낚인 거였다. 피해는 심각했다.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에게 심리적 상처를 안겼으며, 현장에서 밤낮으로 구조하는 분들의 사기도 떨어뜨렸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상처를 입은 건 마찬가지다.

구조가 제일 시급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더 이상의 피해자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자극적인 인터뷰가 나타나 자신의 관심병을 알리고자 온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치다니.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인가.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 또한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한시가 아쉬운 이때에 한 개인의 허언증까지 보듬을 여유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김살로메(소설가)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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