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으로 지샌 가족들, 희생자 소식 전해질 때마다 오열
수색작업 지연에 분노… “지금 당장 구해달란 말야” 절규

▲ 17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 도착한 한 실종자 가족이 빠른 유속으로 구조작업이 지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째인 17일 진도군 팽목항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처럼 찬 비가 내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뜬눈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뉴스만 바라보다 희생자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팽목항에서는 실종자 가족 200여명을 태운 차도선이 구조작업이 이뤄지는 사고해역으로 출발했다.

차도선에 오르지 못해 팽목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떨궜다.

출발준비를 하는 차도선에는 “아들아, 엄마가 구하러 간다”는 애끓는 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려펴지면서 졸지에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오전 10시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상황본부를 찾아 해양경찰청 관계자에게 수색작업이 지연되는 것에 거세게 항의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뉴스에서는 공기주입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안하고 있다”며 “대체 뭐하는거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또 “민간잠수부들이 직접 들어가겠다고 찾아갔는데 경찰과 군에서 왜 막는거냐”고 울부짖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미진한 부분에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하다 해경 관계자와 격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1시 30분이 되어 사고해역으로 떠났던 실종자 가족들이 돌아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 상황을 목격하고 구조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온 가족들은 다른 가족들에게 “가라앉은 배에 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떠오르게 한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보자”고 다른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공기 주입 작업이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12시 30분에 이루어진다는 해경 관계자의 말을 듣고 곧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격한 말을 내뱉었다.

“지금 당장 구해달란 말야 지금 당장! 아까부터 한다고 말해놓고 몇시간을 여기서 가만히 있는거냐구!”

이 말을 한 여성은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조선족 실종자 한금희(38·여)·이도남(39)씨 부부의 가족들은 이씨 부부의 탑승기록이 나와 있지 않아 실종자로 등록도 되어 있지 않다며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

안산단양고 김빛나라 학생의 아버지 김병권(50)씨는 “수색한다 말만 하고 오늘 새벽 2시 유족들이 배를 타고 돌아볼 땐 세월호 선미 주변을 해경함정이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 제대로 수색하지도 않았다”며 “당신 자식이 저기 안에 있다면 이렇게 늑장대응하고 기다리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처럼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 소식을 기다리는 피말림과 정부의 대응 미진 속에 찬 비를 맞으며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등일보 특별취재팀

(한국지역언론인클럽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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