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 들면서 불행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한국인은 `수땜`이라는 말을 잘 쓰는데, 일찍 수땜을 하고 한 해가 내내 편안하기를 바랐다. 연초에 경주 한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눈무게에 무너져 100여명의 대학 신입생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으며, 몇몇 관계자들이 사법처리 됐다. 자식을 잃은 일부 학부모들은 보상금을 장학금으로 쾌척하는 모습도 보여 `불행중 훈훈한 미담`이 되기도 했다.

이것으로 `연초의 수땜`이 되려나 했더니, 계모와 친부에 의해 어린 자식이 희생되는 사건이 터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숨지고, 배를 차 장파열로 생명을 잃고, 게임중독에 걸린 한 20대 친부는 어린 아들을 방치해두었다가 코와 입을 막아 질식사시켰다. 법원은 국민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참상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진주의 한 사립고교에서는 두 신입생이 교내에서 선배와 동급생에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의 불행이 또 겹친다. 15일 밤 9시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6천800t급 대형 여객선이 다음날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이다. 그 배에는 승객 475명이 타고 있었고, 그 중 325명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교 학생들이었다. 이 사고에는 잘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다. 우선 사고원인이 아직 분명치 않다는 것과 배가 정지된 후 기울어지기 시작한지 단 2시간만에 급속도로 침몰했다는 점이다. 이 해역이 암초지대라 하나 깊이가 있어서 좌초로 보기도 어렵고, 선박내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수도 있으며, 좌현쪽에 크고 긴 흡집이 나 바닷물이 한꺼번에 대량 쏟아져들어오면서 급속히 배가 기울어 졌을 수도 있다. 자세한 것은 대형 크레인으로 배를 바로 세워봐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 급한 것은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일이다.

17일 오후 8시30분 현재 179명이 구조됐고, 286명이 생사확인이 되지 않았으며, 10명 사망으로 집계되고 있다. 강풍으로 파도가 높고 물흐름이 빨라 구조가 매우 더디다. 선실 내에는 상당한 양의 산소가 남아 있을 것이지만, 다만 바닷물 온도가 섭씨 10도 정도여서 저체온증을 생존자들이 얼마나 견딜지 걱정이다. 그러나 SSU와 UDT 같은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되니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6살 여자아이 권지연 양이 혼자 구조돼 부모와 오빠를 찾고 있으나 아직 생사를 모른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대책본부를 찾아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선거와 무인첩보기를 놓고 다투던 정치인들도 이 경악스러운 사태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인명 구조와 사고원인 규명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