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진도 참사에도 고교해양체험 만류 않아
교육감, 현장서 지켜만 봐… 학부모 “이해할수 없어”

▲ 세월호 침몰사건의 희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으로 알려지면서 일선 교육청에서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을 보류하라고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대구의 한 고등학교가 17일 1학년생 425명을 포항의 대구교육 해양수련원으로 현장체험학습을 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수련원 앞 곡강천에서 학생 100여 명이 구명보트 체험을 하는 모습까지 목격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작은 사진 맨 왼쪽)과 관계자들이 학생들의 보트체험 모습을 5분여 동안 지켜보다가 현장을 떠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이용선기자

대구시교육청이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하루만에 고교생을 대상으로 해양체험활동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이날 체험이 진행된 현장에 방문했으나 야외활동을 자제시키지 않고 5분여 동안 학생들의 안전여부만 확인하고 떠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17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의 A고등학교가 1학년 학생 425명을 대상으로 17~18일 포항 칠포에 위치한 대구교육해양수련원에 해양현장체험을 떠났다.

이번 체험은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가 수학여행을 나선 뒤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고를 당한 직후라 자녀들의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대구시교육청이 이날 오전 대규모로 학생이 참여하는 행사를 실시할 경우 철저한 사전준비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시했고, 보류하거나 자제하라는 지시는 내려지지 않아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에 대구에서 출발해 오전 9시40분께 해양수련원에 도착했고, 일정대로라면 오후시간을 활용해 수상스포츠활동을 체험할 예정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같은 학생들의 야외활동을 우려, 학교와 해양수련원 측에 일정 진행여부를 문의했으나 이들은 일정을 전면취소하고 실내활동으로 대체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해양수련원 인근 곡강천에서는 학생 100여명이 구명보트를 타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답변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은 보트 8대를 각기 나눠들고 바닷가 인근 하천으로 나와 해양체험활동을 벌였다.

비록 인솔자가 함께 탑승하고 안전요원이 주변에서 대기하면서 30여분간의 체험을 무사히 마쳤으나 여객선 침몰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터라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실내활동으로 대체하지 않은 학교 측의 대처에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특히 직접 현장에 방문해 이 광경을 지켜본 우동기 교육감이 이를 막지 않은 사실은 학부모들에게 의아함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학부모 이모(44)씨는 “학부모들 사이에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속에 대구시교육청이 무슨 의도로 체험활동을 강행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더욱이 교육감까지 있었다면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야외활동을 자제토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하천은 깊이 1.2m로 수심이 얕아 학생들의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돼 희망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체험활동을 실시한 것”이라며 “우 교육감은 학생들의 안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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