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항의에 진땀… `아, 후` 한숨도
여야 정치권 시계멈춤

▲ 여객선 침몰 실종자 가족들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오후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구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가 이틀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면서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로는 드물게 일각에서는 고함과 욕설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어떤 위로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참담하겠지만 구조소식을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승선자 명단 확보와 구조작업 현황판 설치 등의 요구에 대해서도 “가족들이 얼마나 답답하시겠느냐. 잠수하러 내려가서 어떻게 됐는지 자세하게 알려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장도 최선을 다하지만 가족도 알아야 한다. 애가 타고 미칠 것 같은 이 분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신속하게 구조현황을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실종자 가족들이 믿지 않는 반응을 보이자, 그런 일이 발생하면 관계 장관 등 책임자들이 모두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말로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또 “이분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했다.

그러나 일부 실종자 가족은 박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정부가 구조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한 실종자 가족은 울면서 “우리 애가 차가운데 갇혀있는데 살려달라”고 울부짖었고, 이곳저곳에서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리 대책이나 내놓으라”며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어떤 여건에서도 잠수부 500명을 투입해 수색을 하고 있다”고 하자 고함과 함께 욕설이 터져나왔고, 박 대통령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아후…”라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여객선 침몰 사고 이틀째인 이날 모든 회의를 취소하고 비상근무태세에 돌입하는 동시에 군과 해경의 실종자 구조 상황에 촉각을 세웠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위기관리센터로 자리를 옮겨 사고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군과 경찰의 구조 현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관련 상황을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고가 워낙 큰 참사라 박 대통령이 밤새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