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4` 출신 에디킴, 자작곡으로 채운 데뷔앨범 내놔

경기도 포천 705 특공연대 일병 김정환(24)은 2012년 엠넷 `슈퍼스타K 4`에 도전했다. 음악 공부를 한 그의 이력을 아는 간부와 선임들이 오디션 출연을 추천했다. 그도 `내 음악을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예선에서 군복을 입고 자작곡으로 도전한 그는 얼핏 스치는 `존 레전드 필`의 음색과 `훈남` 이미지로 여성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톱 6`까지 진출하고서 탈락한 그는 부대로 복귀했고 지난해 7월31일 전역했다. 그리고 1년도 채 안 돼 에디킴이란 이름으로 데뷔 미니앨범 `너 사용법`을 내놓았다. 윤종신이 이끄는 기획사 미스틱89에 둥지를 틀고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그는 외모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짧은 머리카락은 이마를 가릴 정도로 길어졌고 군복을 벗자 세련된 `민간인`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탈락 다음날 부대에 복귀했는데 내무반에서 자고 일어나니 프로그램에 출연한 지난 두 달이 꿈 같았어요. 처음엔 제대까지 9개월이 남아 함께 도전한 친구들이 앨범도 내고 공연하는 모습에 마음이 조급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는 욕심이 생겼어요. 내무반에서 틈틈이 곡을 쓰면서 칼을 갈았죠. 하하.”

전역이 가까워지자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미스틱89를 선택한 건 윤종신이 준 믿음 덕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기획사가 계약금과 앨범 발매 등의 조건을 얘기할 때 윤 프로듀서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 `어떤 가수가 되고 싶느냐`며 음악적인 질문을 했다. 그 점이 끌렸다”고 설명했다.

가수로 첫발을 딛기까지 가장 큰 조력자는 아들의 음악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한 부모였다. 여섯 살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대청중 1학년 때부터 기타, 피아노, 보컬, 화성악 등의 수업을 매일 번갈아 받았다. 어느날 부모는 중학생인 그를 한 유명 작곡가에게 데려갔고 “음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영동고 1학년 때 미국 보스턴의 종합예술고등학교인 `월넛 힐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사업을 하는 부모님답게 나의 비전을 보고 투자한 것 같다”고 웃었다.

“미국 고교 시절 화성악, 대위법 등을 배우며 작곡 공부를 했어요. 2010년 보컬 전공으로 버클리음대에 입학했고요. 중학교 시절 저를 가르친 음악 스승들이 버클리음대 출신이어서 저도 그 학교에 꼭 가고 싶었어요.”

대학 시절 친구들과 찰스 강가에서 노래를 하고, 버스킹(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하는 것)도 했다. 자연스레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키웠다. 방학 때면 한국에 와 친한 형들과 사비를 털어 음반 작업도 했다. `에디-케이`란 이름으로 힙합가수 닥터심슨의 `린 온 미`(Lean On Me)와 `스케치`를 작곡하고 피처링도 했다.

청소년기부터 작·편곡을 위한 음악 이론을 배우고, 보컬 및 악기 연주 등의 기본기를 쌓은 덕에 데뷔 앨범 전곡(6곡)도 자작곡으로 채웠다. 그는 “배운 음악 도구를 써보고 싶은 실험적인 욕구가 있었다”며 “윤종신 프로듀서에게 예전에 만든 곡과 새롭게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자 `너의 곡으로 가자`고 믿어줬다”고 말했다.

앨범은 한 남자의 진솔한 연애담을 콘셉트로 했다. 어쿠스틱 기타로 작곡한 노래가 네 곡이어서 기타 사운드가 전면에 도드라진다. 전반적으로 악기 구성을 단출하게 해 알앤비(R&B) 보컬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타이틀곡 `밀당의 고수`는 밀당의 고수인 그녀 때문에 애태우는 남자의 마음을 담은 곡으로 가성과 진성을 여유롭게 오가며 스캣(뜻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도 구사해 듣는 맛이 있다. `밀당`이란 단어를 `푸시 앤 풀`(Push and pull)로 바꿔 부른 센스는 돋보이지만 노래 자체에 팝적인 요소가 강해 영어로 불렀으면 더 어울렸을 트랙이다.

또 다른 타이틀곡 `너 사용법`은 “기타 하나로 노래해 나에겐 도박이었다”고 한다. 현악기를 더하면 사운드의 강약 조절로 기승전결이 한층 뚜렷해지기에 기타 리프에만 의존해 감동을 끌어내는 건 숙제였다.

미디(MIDI)로 작곡한 `소버 업`(Sober Up)과 `슬로우 댄스`(Slow Dance)는 에디-케이 시절의 감성을 살린 힙합 알앤비로 포스티노의 편곡이 더해지자 제프 버넷의 감성과 맞닿았다.

무엇보다 나이답지 않은 그의 아날로그 정서는 강점이다.

“베이비 페이스, 퀸시 존스 등을 좋아해 음악 취향이 `올드`해요. 보컬은 고교 시절 브라이언 맥나이트, 스티비 원더 등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고 화성과 멜로디 메이킹은 제임스 블런트, 다니엘 파우터, 잭 존슨에게서 배움을 얻었어요. 내재한 음악 요소들이 섞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목표는 원대하게 갖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빌보드에 가는 게 꿈이었어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원대한 꿈을 가져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여전히 유효한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저보다 제 음악이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에디킴, 김정환, 에디-케이 등 이름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도 사람들이 제 노래에 감동받아 누가 불렀는지 찾아주길 바라서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