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파산` 김의경 지음 민음사 펴냄, 372쪽

신용 불량을 넘어선 개인 파산 시대. 거대한 빚에 눌려 꿈도 사랑도 청춘의 것이 아니다. 잘못한 것도 없이 빚더미에 갇혀 버린 한 여성이 10일 동안 `상가수첩`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일을 유쾌한 입담과 현장감 넘치는 대화로 그린 소설 `청춘 파산`(민음사)이 출간됐다.

`청춘 파산`은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청년 파산, 청년 실업 등 오늘날 청춘들이 당면한 위축된 현실을 상가수첩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백인주의 삶을 통해 실감나고 흥미롭게 그렸다.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도 운명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의 의지가 사채업자의 빚 독촉보다 끈질기고 강렬하다.

김의경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인 만큼 `청춘 파산`은 자전적 성격이 짙은 소설이다. 인간 CCTV·위장 손님·두상 모델 등 발 닿는 곳마다 이어지는 지난날 아르바이트의 추억과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채권추심 서류, 사채업자들의 예측 불가능한 독촉 방식과 그들을 따돌리기 위한 주인공의 절박한 위장술에는 빚 독촉을 피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일관했던 작가의 한 시절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서른 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빚 때문에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은 작품 속 등장인물일 뿐만 아니라 작가가 작품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빚처럼 널려 있었다. 빚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혼자 공부한 지식으로 법정 서류들을 작성해 부당한 채권추심 세력과 맞서고 쳇바퀴같이 돌기만 하는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삶의 방향을 전진시키려는 모습은 쫓고 쫓기는 이야기적 재미와 인간 승리가 주는 감동뿐만 아니라 작가의 바람대로 위기의 청춘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하다.

올해 나이 서른셋. 아르바이트라면 안 해 본 일이 없다. 하루에 세 번 취직하고 세 번 잘린 적도 있으니 이 정도면 알바 계의 고수. 일당 3~4만원짜리 알바 자리라고 해도 이토록 쉽게 취직할 수 있고, 또 이렇게 박력 있게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판단력 있는 백인주가 알바만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 말하자면 그녀는 `제3신분`,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신용 불량자에다 개인 파산자다.

인주의 아르바이트 인생은 엄마의 사업 부도와 함께 시작됐다. 신용카드는커녕 한 달에 30만 원 이상은 써 본 적도 없건만 자고 일어나니 빚더미 위. 귀신같이 알고 직장으로 몰려드는 사채업자들 탓에 웬만한 일자리는 엄두도 못 내던 그녀를 아르바이트가 받아 줬다. `알바 천국`의 세계에 입성한 인주는 인간 CCTV부터 시작해 나이트클럽 위장 손님, 인형 탈 알바, 고시원 총무 등 일일이 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그러나 하나같이 자격을 따져 묻지 않는 `헐렁한`곳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져 억울하게 상속받은 빚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가 싶던 찰나, 이상한 공문서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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