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고교평준화 6년` 명암

▲ 포항지역 비평준화 6개 고교는 농어촌특별전형 등의 실시 여부에 따라 학생수급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지역 고교생들의 모습.

고교 평준화는 성적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시련을 주고 있다.

비평준화 시절 학생들이 비슷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한 학급 내에 비등한 성적을 가진 학생을 찾기가 힘들다.

과거에는 이들이 어렵지 않게 진학할 수 있었던 전문계고교도 대다수가 특성화고 또는 마이스터고로 변모해 높은 진입벽을 자랑하게 되면서 선택폭이 크게 좁아졌다.

하는 수없이 매년 미달 현상이 이어지는 일반계고로 진학하게 되면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문제다.

교과서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각종 참고서와 문제집을 이미 꿰고 있는 상위권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 간 성적차이는 수업이해도에 영향을 미쳐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농어촌권·전문계高 등 비평준화 6개교
학생수급·대입성과 측면 학교별 큰 차
평준화교 추가 확대 필요성엔 입장차


글 싣는 순서

① 고교평준화 어떻게 시작됐나
② 포항교육의 변화
③ 포항고교 입시제도 방향은?

□ 하위권 학생 “따라가기 힘들어요”

성적 하위권 학생에게만 시간을 쏟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각 학교는 교과 특성화반 운영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모든 학생을 붙잡아 두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경북도교육청이 1999년부터 매년 발행하고 있는 `경북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 이후 포항지역에서 학교부적응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08년 58명에서 2009년 101명, 2010년 12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1년에는 120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질병, 가사, 품행 등 기타사유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나머지 학생 114명을 합한 숫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부적응으로 위축된 학생들을 끌어안기는커녕 스스로 나갈 것을 권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

학부모 김모(51·포항시 북구)씨는 “세상 어느 부모가 소위 열등생이라고 불리는 학생과 (자녀가) 같은반에서 공부하기를 원하겠느냐”며 “해당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학업이 아닌 다른 진로를 모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우수학생 평준화 피해 타지역으로

경북도교육청은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시행 첫해인 2008학년도 포항지역 평준화 고교 12개 학교에서 4천121명을 모집했다.

이는 모집 정원인 4천235명에 비해 114명이 미달된 것으로 이같은 정원 미달현상은 평준화 시행 이후 2013학년도 단 한 해(3천872명 모집, 3천957명 지원)를 제외하면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진학하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한 상위권 학생들이 평준화에 따른 학력저하를 우려해 타 시·도로 빠져나가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분석은 실제 통계자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경북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평준화 시행이전인 2007학년도 포항지역 중학교 졸업자 7천821명 중 77명(0.98%)이 타 시·도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는 평준화 시행 이후인 2008학년도에는 전체 7천379명 중 68명(0.92%)로 소폭 감소했고, 이후 3년간 1% 이하 수준을 유지하다 2012년 6천959명 중 100명(1.43%)로 다소 늘었지만 같은 해 경북지역 전체 유출자 (3만1천613명 중 726명)비율인 2.29%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상으로는 시행 초기 일부 교교에서 주장한 `우수학생 외부유출`현상은 사실로 보기 힘든 것이다.

이같은 정원미달 현상은 이번 2014학년도 원서접수에서도 이어졌는데 전체 3천570명 모집에 3천427명이 지원해 143명이 미달됐다.

허나 이는 미달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도내 전체현황(1만851명 모집, 1만363명 지원)과 별반 차이가 없어 평준화가 학생 및 학부모들들로 하여금 일반계 고교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는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고교 입시관계자는 “포항의 경우 평준화 이후 우수학생이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기 보다는 과거 영덕, 울진, 경주 등 인근 지역 우수학생을 수급하던 것이 다소 힘들어졌을 뿐”이라며 “상위권 대학 진학율도 과거 일부 학교에 집중됐던 것이 각 학교에 분산됐을 뿐, 그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 평준화 제외 학교 득실관계

교육부는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도입 당시 시내권 일반계고교 12개교를 단일학군으로 묶고 통학여건, 시설여건, 학생충원이 충족되지 않는 학교를 특수지학교로 설정, 평준화제도에 구애받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읍·면지역에 위치한 포항 영일고등학교, 포항 서포고등학교(당시 포항 죽장고), 포항 오천고등학교, 시내권에 위치했지만 시설여건이 부족한 포항 세화고등학교 등 4개교는 기존의 방식 그대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6년 교명을 변경한 뒤 전문계고교에서 점차적인 변화과정을 거쳐 지난해 일반계고교로 전환한 포항 동성고등학교(구 포항정보여고)와 지난 2009년 교명 변경 후 올해부터 일반계고교로 전환하는 포항 동지여자고등학교(구 포항 동지여상)까지 포항지역에서는 총 6개교가 비평준화 일반계고로 남았다.

전체 학생을 동등한 비율로 배정받는 평준화 고교들과는 달리 이들 학교는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자칫 신입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따라서 각 학교는 농어촌특별전형, 전교생 기숙사 제공 등 평준화 고교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내세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위치한 포항 동성고는 비주류 고교의 아픔을 딛고, 독특한 교육일정과 커리큘럼을 운영한 결과 지난해 수능에서 경북지역 유일의 수능만점자(서준호 군·연세대학교 진학)를 배출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위치한 포항 영일고도 농어촌 출신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린 결과 최근 3년간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소재 상위대학 및 국립대에 매년 50명 이상씩 진학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반면, 시내권에 위치해 농어촌특별전형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포항 세화고, 포항 동지여고 등은 학생 수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며 평준화 고교로의 합류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합류를 놓고 기존 평준화 고교들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만약 이들 학교가 평준화 학군에 포함될 경우 전체 정원은 늘어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우수학생들은 보다 더 분산돼 기존 학교들이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평준화 학군에 2개 학교가 추가될 경우 가뜩이나 우수인재 선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학교들이 난관에 봉착할 여지가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단일학군에서 복수학군으로의 전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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