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눈물뽑는 못된 시민단체
계약직 눈물뽑는 못된 시민단체
  • 권기웅기자
  • 등록일 2014.01.07 00:15
  • 게재일 2014.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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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보조금 부당수령 업무 거부하자
이혼녀 들먹이며 “너 같은 건 당장 해고”
근무기간 반도 못채우고 견디다못해 사표
▲ 안동의 한 사회단체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박미선(가명)씨가 지난 5일 지금까지 겪어왔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말에 보조금이 남아 반납하자고 했더니 돌아온 것은 치졸한 인신공격과 사직 강요였어요.”

박미선(가명·31·여)씨는 얼마 전까지 근무했던 안동의 한 시민단체에서 벌어진 일들을 돌이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느 30대 여성과 다름없었지만 다소 주눅든 모습의 박씨는 1년5개월여 간 근무했던 직장에서의 언어폭력과 비상식적 업무 강요에 대한 비애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20대 중반 아무것도 모른 채 선을 봐 속다시피 시작했던 결혼생활을 정리한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취업은 만만찮았다. 그러던 중 안동시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는 시민단체에 시간제 근로를 시작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때인지라 박씨는 뛸 듯이 기뻤다. 일도 일이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단체이다 보니 남을 돕는 일을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가 문제의 시민단체에 처음 입사한 것은 2012년 7월이었다. 근무 내내 특별히 맡는 일도 없이 그저 잔심부름이나 해야 했다. 같은 시기 안동시의회 유력 인사의 며느리도 같은 시간제 근로로 입사를 했지만 사정이 달랐다. 박씨는 힘없고 배경 없는 자신을 탓하며 참아냈다.

“너 같은 건 지금 당장이라도 해고할 수 있어” 라는 상사의 겁박도 수시로 받았지만 사회생활이 그러려니 하며 넘겼다. 이렇게 사표를 던진 동료들이 꽤나 된다는 소문은 한참 후에나 들었다.

꾹꾹 참은 대가로 지난해 7월 1년간 계약직으로 재차 근무하게 됐다. 그동안 마음속으로 참아왔던 자신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상사의 비상식적인 업무지시와 언어폭력은 그칠 줄 몰랐다.

박씨는 주로 청소년유해감시단 업무를 맡았다. 광역과 지역을 포함해 모두 28명이 활동하며 PC방, 술집 등 유해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건당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이 과정에서 상사는 활동하지도 않은 감시 단원에게 임의로 날짜까지 지정해 활동비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지급된 수당은 다시 돌려받는다고 했다. 이렇게 `유령 단원`으로부터 돌려받은 돈은 해당 상사가 모두 관리했다. 여기에다 체크카드 사용이 의무화돼 있는 보조금 통장에서 지급될 금액보다 많은 현금을 인출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부당한 업무지시들을 거부하자 상사는 “이 돈으로 당신 월급 준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당신은 이 단체에 필요가 없다”는 막말을 들었다고 박씨는 폭로했다.

더욱이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이혼경험을 상사는 수시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결국 박씨는 계약기간 1년을 반도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스스로 사표를 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하면 사직강요에 인신공격까지 당해야 하는 걸까요.” 이 말을 끝으로 박씨는 고개를 떨군 채 공원에서 사라졌다.

지난 6일 본지 기자는 박씨가 근무했던 해당 시민단체를 찾아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 단체 A사무총장은 “함께 일하려고 했지만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다. 이혼녀를 언급하는 등 인신공격을 한 사실도 없다. 부당한 일을 지시했다면 본인이 거부하면 되지 그렇게 하지 않은 당사자가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보조금을 위법적으로 지출한 것은 인정하지만 문제가 된다면 반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안동/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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