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서열화·지역간 교육격차 해소 `대변화 과정` 진행 중

▲ 포항지역은 지난 2008년 경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이후 6년간 지역 교육계는 크고 작은 변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사진은 고입 연합고사 장면.
지난 2008년 경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포항교육은 이후 6년간 크고 작은 변화과정을 겪어왔다. 사라졌던 고입 선발고사가 8년 만에 부활했고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더욱 신중하게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포항지역의 고교평준화 시행 이후 변화와 이를 바탕으로 포항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집중 점검해 본다.
 

1999년 포항시민연대 평준화 건의서 제출로 첫 걸음
2004년 경북교육청 입시제 개선방안 발표로 가시화
2008년 전 지역 단일학군으로…경북지역 유일 도입

글 싣는 순서

① 고교평준화 어떻게 시작됐나
② 포항교육의 변화
③ 포항고교 입시제도 방향은?

197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경우에도 입시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1950년대 말 초등교육이 의무화되고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학교로 진학해 초등학생 수가 급증, 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것이다. 초등학생들은 고학년만되면 오직 입시에만 매달리는 실정이었으며, 일부 부유층 자제들은 개인과외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입시스트레스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면서 정부는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추천배정제를 도입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1970년에는 다른 대도시로, 1971년에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중학교를 평준화하고 수용능력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마련돼 오늘날까지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경쟁은 중학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학교 입학시험 폐지로 진학기회가 개방되면서 중학생 숫자가 늘어나 고등학교 입시에서 과열경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각 중학교들은 교육과정을 배제한 채 입시위주의 파행운영을 이어갔고, 학생들은 명문고 진학을 위해 재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명문고가 위치한 지역에는 학생수가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학생수가 줄어드는 지역 불균형 현상이 초래됐다. 또한 시험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고교간 교육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고교평준화 정책 도입이었다. 평준화 정책의 핵심은 입시제도를 개혁하고 교육여건을 평준화하는 것이었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며 고등학교 간의 학력격차를 줄이는 것도 또 하나의 목적이었다.

이렇게 실시된 고교평준화 정책은 1974년 서울과 부산, 1975년 대구, 인천, 광주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중학교와는 달리 많은 반발을 사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2013년 현재 서울을 포함한 특별시와 6대 광역시, 경기도 수원시를 비롯한 27개 시·군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포항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고교평준화를 도입해 현재까지 시행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 과열경쟁, 교육격차 해소

포항지역의 고교평준화 역사는 15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평준화지역이었던 포항의 평준화 실현을 위해 결성된 포항시민연대회의가 그해 3월 11일 경북도교육청에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촉구 건의서를 제출한 것이다. 시민연대회의는10월 10일부터 2달간 포항시민서명운동을 벌여 5만5천447명의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건의서는 포항지역의 고교입시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고입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면서 사교육비 증대, 고교간 서열화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방향이 고교평준화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고교평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로써 첫걸음을 뗀 포항의 고교평준화는 지난 2004년 8월 경북도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고교입시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1차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당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항은 학교간, 지역간 교육격차로 인한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제외하면 고교평준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시 외곽지역 학교 및 도심지 기피학교에 배정되는 학생들의 불만은 평준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거론됐다.

이에 따라 경북도교육청은 뒤처지는 학교와 지역에 대한 교육여건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만 단일학군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후 2004년 10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포항시고교평준화대책위원회(19회), 포항시고교평준화추진실무위원회(11회), 포항지역고교입학제도개선협의회(3회) 등 교육계를 중심으로 고교평준화 도입과 관련된 각종 회의가 수십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고교평준화 반대협의회가 구성돼 학교시설이 미비하고, 남학생 비율이 월등히 높은 포항지역은 고교평준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등 비평준화를 고수하자는 의견이 쏟아졌음에도 평준화 계획은 착착 진행됐다.

2006년 4월 20일 경북도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고교입시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2차 연구결과를 통해 고교 평준화 도입시기를 2008학년도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 도교육청은 2008학년도부터는 수능영향력이 줄고 내신비중이 커질 예정이라 대입준비를 하는 평준화지역 고교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포항지역 학생, 학부모, 교사 등 7천357명을 상대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도 평준화 도입시기로 2008년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50.2%(3천693명)로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다.

□ 특수지 학교 지정

이렇게 무려 8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항지역의 고교평준화는 2007년 2월 9일 교육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포항시 고교평준화 관련 법령을 공포하면서 일단락됐다.

지난 1980~1990년 안동이 평준화제도를 도입했다가 비평준화로 회귀한 이후로 경북도내에서는 18년만에 처음으로 고교평준화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법령에 따르면 2008학년도부터 포항지역에 고교평준화를 개시하며 해당 연도에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학군에 따른 근거리 배정방식으로 고교 배정을 받게 됐다.

학군설정은 포항시 전지역을 단일학군으로 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지만 통학여건, 시설여건, 학생충원율 등에 비춰 평준화 적용이 어려운 학교는 특수지 학교로 지정키로 했다.

이로써 포항 북구지역에는 포항고등학교, 포항여자고등학교, 포항 대동고등학교, 포항중앙고등학교, 포항중앙여자고등학교, 포항 유성여자고등학교, 포항 동지고등학교, 포항영신고등학교, 포항장성고등학교, 포항 두호고등학교 등 10개교가, 포항 남구지역에는 포항 세명고등학교, 포항이동고등학교 등 2개교를 포함한 총 12개 일반고등학교가 평준화 학군으로 포함됐다.

반면 통학여건이 부족한 읍·면지역의 포항 서포고등학교(당시 포항 죽장고), 포항 오천고등학교, 포항 영일고등학교, 시내권에 위치했지만 시설여건이 부족한 포항 세화고등학교 등 4개 고등학교는 특수지 학교로 지정돼 평준화 학군에서 제외됐다.

또한 자율형 사립고(당시 자립형 사립고)인 포항제철고등학교도 학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난 2000년 고입선발고사가 폐지된 이후 내신(300점)과 논술(20점)만으로 고교 입학이 결정된 것과는 달리 고입선발고사를 부활시켜 내신(300점), 선발고사(270점) 등 570점 만점으로 고교신입생을 선발토록 했다.

경북지역의 중학생은 누구나 포항지역 일반고등학교에 지원이 가능해졌으며, 내신과 선발고사 성적으로 합격자를 선발하게 됐다.

학생들은 1지망부터 9지망(여학생은 7지망)까지 복수지원이 가능하며 전산추첨에 의해 학교가 배정되도록 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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