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

필자가 미국에 살 때 항상 겪는 불편함 중 하나가 이름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야 “구자문입니다”라고 말하면 “아, 자문위원 할 때 자문이시네요”하는 식으로 쉽게 기억이 되었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차문 쿠, 샤문 쿠, 카문 쿠 등 읽게 하기도 기억하게 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지내다 보면 `자-문` 하고 부르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러나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경우일 뿐이며 대다수에게는 역시 어려운 이름이며 접근하기 어려운 인상을 줄 뿐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한국이름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기억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이름을 만들어 놓는다.

`한국사람이 한국이름을 가져야지`, 혹은 `기억 못하는 건 자기들의 문제이지 왜 우리의 문제냐?`라고 질문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국제적인 환경에서 처하게 되면 사업상 편리를 위해서든지 친구들과 좀 더 빨리 사귀기 위해서든지 등 여러 이유로 좀 더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미국식 이름을 가지게 된다.

얼마 전 일본 후쿠치야마에 심포지엄차 갔을 때 그곳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교수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다. 일본인들은 영일만항(迎日灣港)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읽는 법을 가르쳐 줘도 발음자체가 어려워 난감해 한다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 쓰면 Youngilman Port인데 미국인들에게도 읽기 어렵고 기억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포항에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포항구항이 있다. 이는 보통 동빈부두로 불리며 어항, 시멘트 하역부두, 울릉도 선착장 등 여러 부두가 있다. 또한 포항에는 1970년대 초에 개항된 포항신항과 몇 년전 개항된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이 있다.

항만이 많은 것은 좋은데 문제는 사람들의 혼동이다. 이름이 현재와 같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기에 영일만항에 갈 사람이 택시로 `신항가자`고 했다가 포스코 옆의 포항신항으로 가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들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포항의 항만 이름들을 혼동없는 형태로 다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영일만항이 `포항신항(Pohang New Port)`, 포항신항이 `포스코항(POSCO Port)`, 포항구항은 그대로 `포항구항(Pohang Old Port)` 내지 포항항(Pohang Port)이라고 불린다면 큰 혼동이 없을 것 같다. 영일만항을 `포항북항(Pohang North Port)`, 포항신항을 `포항남항(Pohang South Port)`, 포항구항(Pohang Old Port)은 그대로 두던지 `동빈항(Dongbin Port)`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일본 교토부에 갔을 때 `마이즈루항`의 이름을 `교토항`으로 바꾸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사카나 고오베에 밀려서 서안의 마이즈루항은 침체를 못 면하고 있는데 교토부에서는 이 마이즈루항을 교토부의 중심항만이자 환동해권의 거점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하에 이름도 너무 지역적이고 잘 안 알려진 마이즈루 보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교토라는 이름을 사용하고자 한다고 들었다.

이름 내지 명칭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름을 가지냐에 따라 장래의 경제사회적인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면, 또한 이름 변경으로 인해 혼동으로 인한 손해 및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포항에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으며 포항인들의 영일만이라는 명칭에 대한 애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영일만항을 포함한 지역항만의 이름들이 혼동을 주고 있고 발음에 어려움을 주고 있어서 이러한 제안을 하는 것이다.

다시 항만의 이름을 바꾸게 되면 포스코는 물론 포항신항만주식회사 등에서도 발생하는 비용이 클 것이다. 하지만 바꾸려면 되도록 빨리 바꾸는 것이 더 큰 비용을 줄이고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