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성장 동력, 동구의 어제와 오늘

▲ 카약과 카누 선수들이 동촌유원지 부근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 동촌유원지는 조선초기 서거정 선생이 대구를 방문하고 밝힌 대구 10경중 제1경인 금호범주의 배경이 된 곳이지만 과거의 명성을 확인할 길 없어 아쉽다. 현재는 구한말 조계종 소속 사찰로 지어진 구룡산 통천사가 위치해 있다.

동촌유원지는 135만8천95㎡(42만여평)의 면적에 바이킹, 회전목마, 비룡열차, 회전그네와 소형유선 보트장(노보트, 페달보트), 구름다리, 오락실 등 유희시설과 숙박시설, 60여곳의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11년 9월에 개통된 해맞이다리는 야간의 화려한 12가지 조명으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동촌의 명물이 되고 있다. 이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구시민들의 아련한 추억이 담긴 구름다리는 1960년대 말께 탄생했다. 동촌유원지에서 4m 높이의 콘크리트기둥에 길이 230m의`구름다리`를 빼고서는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상징적인 건축물에 속한다. 이곳의 또 다른 명칭은 `흔들다리`나 `출렁다리`.이 다리의 중간지점에 이르면 심한 흔들거림을 느끼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들이고 성인 기준으로 편도 1천원과 왕복 1천700원의 요금을 받았다. 안전상의 이유로 현재는 철거되고 없다. 동촌유원지 앞 금호강변의 남안은 수직의 절벽이 높이 솟아 절경을 이루고 앞쪽의 넓은 모래사장은 놀이터를 제공하며 북안에는 멀리 팔공산까지 보이는 경치 좋은 명승지였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초기 서거정 선생은 대구를 방문한 후 밝힌 `대구 10경`중 그 첫 번째인 1경으로 `금호범주(琴湖泛舟:금호강의 뱃놀이)라고 읊을 정도였다. 서거정 선생의 1경의 모태는 현재 아양교 입구에서 왼쪽으로 해맞이공원 쪽에 위치한 구룡산 통천사라는 사찰 법당에서 바라본 경치가 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구한말 조계종 말사로 창건된 통천사는 일제강점기에 신사로 사용됐던 오욕의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다. 서거정 선생이 극찬했던 경치를 요즘은 강 건너 들어선 크고 작은 아파트로 인해 감상하기 어려운 것이 아쉽다.

피난 온 이중섭 화백이 유일하게 화폭에 남긴 대표적 휴식처
4대강 사업일환으로 생태하천 조성, 과거 명성 서서히 되찾아

글 싣는 순서

① 신서혁신도시와 이시아폴리스
②동구평생학습축제
③동촌 유원지의 대변화
④동대구역세권 개발
⑤팔공산 권역의 상전벽해

□ 일제시대 고관대작 부호들의 유흥장소

동촌유원지가 개발된 것은 1918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됐다는 것이 기록에 보인다.

일부에는 1910년부터 일본인들이 이곳에 드나들었다는 기록도 보여 빼어난 경치가 일품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곳이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데는 서거정 선생이 대구 1경으로 꼽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당시 일본인과 친일파 고관대작, 대구 부호들의 유흥장소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때는 너구리, 곰 등 30여종의 동물을 갖춘 동물원과 보트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8·15 이후부터 50년대까지는 잊혀가던 고유의 민속놀이가 봄과 가을로 펼쳐지는 곳으로서 일대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한여름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무더위를 식혔고 겨울에는 얼음이 두껍게 얼어 천연스케이트장으로 하루 1만명 가량이 이용했다고 한다. 또 지금의 제2아양교 아래에는 일제강점기 때의 땅굴형식의 얼음창고가 있었고 겨울 강얼음을 보관했다가 이듬해 여름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6·25전쟁을 피해 대구로 내려와서 어렵게 살고 있던 이중섭 화백이 대구와 관련한 그림으로 유일하게 남긴 것도 `동촌유원지`였을 정도로 대구의 대표적인 휴식처임을 알 수 있다.

이중섭 화백이 스케치를 했을 만한 장소를 며칠 간 찾아다녔지만 금호강 건너편에 세워진 고층아파트로 인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동촌유원지 유람선 선착장 부근이 이 화백의 그림과 가장 비슷한 구도를 보인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만하다.

동촌 유원지는 금호강이 흐르고 있고 도심에서 가깝기 때문에 예전에는 봄에는 벚꽃구경과 금계국 꽃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수영과 보트놀이 등의 계절마다 특색이 있어 많은 인파가 찾아오는 등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 이중섭 화백의 동촌유원지. 그림으로 가운데 고개를 삐딱하게 돌린 사람이 이 화백으로 당시의 궁핍했던 생활로 인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 잃어버린 20년의 악몽

이런 동촌유원지가 1980년대 중반 금호강의 오염으로 이곳에서 잡힌 물고기는 먹지도 못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심해졌고 대구에서도 꽤 유명했던 동촌유원지 내 매운탕집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아야 했으며 서서히 대구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잊혀지기 시작했다.

이는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포항에서 발원한 금호강 줄기 중간에 들어섰던 공장들의 폐수로 인해 대구시의 식수를 공급할 정도로 맑았던 곳에서 물고기도 살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80년대 중순부터 이 같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나서야 대구의 젖줄 금호강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맑은 물이 흐르고 수달과 철새가 찾는 생명의 강으로 변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잊혀진 20여년이 지난 2000년에 들어서 금호강 환경이 달라지면서 대구 시민의 오랜 휴식처로 옛 정취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변모됐고 소풍과 더위를 식히려고 과거 1970~1980년대 동촌유원지를 찾았던 50~60대 대구시민들의 방문횟수가 늘었다. 그 후 대구시와 동구는 해맞이다리 조성을 비롯한 금호강자연생태공원, 아야아트센터, 아양폭포, 해맞이 공원, 유선장, 체육시설, 유기장 및 상가 등을 현대화하고 각종 위락시설을 정비에 돌입한 2008~2009년에서야 과거의 명성을 조금씩 되찾아 갔다.

 

▲ 이중섭 화백의 동촌유원지. 그림으로 가운데 고개를 삐딱하게 돌린 사람이 이 화백으로 당시의 궁핍했던 생활로 인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br /><br />
▲ 카약과 카누 선수들이 동촌유원지 부근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 또다른 변신 기대

여기에 최근 들어 MB정부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금호강은 대구시민의 대표적인 레포츠 공간으로 변해 연인과 가족들이 즐겨 가는 곳으로 환골탈태했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진행된 자전거길이 조성되면서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휴식처와 팔공산을 조망하는 곳으로 변모했고 카누와 카약 선수들의 연습장소로도 사용될 정도다.

동대구환승센터 건립과 K2공군기지 이전 등 호재로 인해 대구의 신성장 동력의 한 축에 속하게 되는 동촌유원지는 성장속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 이유는 KTX를 탈수 있는 동대구역과 고속버스 정류장, 공항 등 다양한 교통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데다 대구의 명산 팔공산이 병풍처럼 두르며 금호강이 흐르고 있는 등 천혜의 조건을 지녀 환승센터나 이시아폴리스, 신서혁신도시 등을 찾는 이들에게 또다른 의미의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동촌유원지를 찾은 신현수(48·경기도 수원)씨는 “가끔 대구로 출장오면 금호강이 흐르고 팔공산이 보이는 동촌유원지의 숙박시설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면서 “부산과 광주 등도 출장을 가지만 동촌유원지 내 숙박시설처럼 경관과 교통편이 좋고 비용도 저렴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 동촌유원지는 조선초기 서거정 선생이 대구를 방문하고 밝힌 대구 10경중 제1경인 금호범주의 배경이 된 곳이지만 과거의 명성을 확인할 길 없어 아쉽다. 현재는 구한말 조계종 소속 사찰로 지어진 구룡산 통천사가 위치해 있다.

박소영 동구의원 인터뷰

행정·법률적 규제에 발목
자금확보 통한 개발 시급

박소영<사진> 동구의원은 동촌유원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박 의원의 지역구라서가 아니라 대구 제1의 유원지가 행정적 법률적 규제로 인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데 크나큰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대구시, 동구의 동촌유원지에 대한 투자는 관광화를 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함께 자연녹지법과 건축법 등에 묶여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며 말문을 연 박 의원은 “행정과 법률만 뒷받침된다면 유치 가능한 놀이시설만도 700여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번지점프와 동촌유원지를 일주하는 투명한 모노레일, 골프 존 등을 설치하면 동촌유원지는 단순한 위락시설에서 스포츠, 관광레저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복잡한 행정절차와 법률조항을 간소화 한다면 민간 투자자들이 나서서 개발에 앞장서게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촌유원지의 최대 개발 걸림돌은 현재 지구별로 지정돼 있는 각종 시설을 완화하고 용적율도 150%로 높여 다양한 개발로 진행돼야 한다”며 “KTX와 공항, 고속도로 등 다양한 인프라가 구성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서거정 선생이 밝힌 대구10경의 옜모습을 되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심지어 그는 “대구시티투어에 수성못은 포함돼 있는 반면 대구의 유서깊은 동촌유원지는 빠져 있어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대구기상대와 아양아트센트를 연결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대구시티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동촌유원지 주차장 확보를 위해 5년전부터 노력한 결과 당시 58억원의 비용 중 22억원을 확보했지만 그동안 땅값이 98억원으로 상승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앞으로 지가상승을 감안해 빠른 시일내 자금확보를 통한 개발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한강의 경우에는 관리공단이 나서 전역을 관리하고 투자하고 있다”며 “동촌유원지 미래의 청사진도 한강처럼 돼야 팔공산과 연계된 관광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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