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학교·학부모 진지하게 머리 맞대야
남녀공학, 여학교로 전환은 일시적 처방
담당기관, 학부모 협조통해 이견 줄여야

□ 여러가지 원인 복합적 작용

포항 창포·우현지구 중학생 수급문제의 원인은 여러 원인들이 복합된 결과다.

전국적인 현상인 학생수 감소에다 포항지역에 특화된 도심공동화 현상 이외에 남·여학교 비율이 3.5대 1.5로 심각한 불균형 방상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한가지 원인이면 찾아서 해결하면 되지만 포항지역 중학교 학생 배정 사안은 이같이 여러 이유가 함께 작용하다 보니 문제를 풀어야 하는 방안 또한 복잡하기 그지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창포 우현 지구 문제는 우선 급한대로 남녀공학인 포항 창포중을 여학교로 전환하고 해당 학교 남학생들을 인근 남학교에 분산 배치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013학년도 포항 창포중에 재학중인 학생은 30개학급 987명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남여 구성이 특이하다. 남학생(263명)보다 여학생(724명)이 훨씬 많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학급당 남학생 수가 7~8명에 그쳐 체육시간에 축구팀을 꾸리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 학교 남학생들을 한 학급당 기준인원인 35명으로 계산하면 모두 7.5학급 가량이 된다. 따라서 창포중을 여학교로 전환하고 7.5학급을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 인근 학교에 배정하면 학급이 모자라 교사를 떠나보내야 하는 문제의 수습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안이다. 당장 해당 학교 측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학교측은 1994년 개교 이후 남녀공학의 전통을 이어왔고, 실제로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서로의 역할을 보완하고 상대적으로 거친 남학생들을 순화시킬 수 있는 등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욱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포항 창포중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와 관련해 교육청에서 따로 전달된 내용이 없지만 학교 내부에서는 굳이 여학교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경우 학부모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도 학부모들이 키를 가지고 있는 형국이다.

□기득권 유지만 외쳐선 안돼

일각에선 남녀공학을 여학교로 바꾸는 것은 일시적인 처방일뿐 학생 수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더 큰 틀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수 감소현상이 포항 도심지역 학군 중 신도시인 장량·두호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학군 모두에 해당되기 때문이어서다. 현재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남구 상도도시개발지구, 북구 초곡·이인개발지구 등이 준공돼 인구 이동이 시작되면 도심지역 중학교 학생수 감소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어차피 인구 증가는 한계에 직면해 있고, 또 학생들이 어느 날 갑자가 불어나지 않는 한 한쪽의 학생들이 개발지로 옮겨가면 불균형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개발지에 학생들이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한 수요 예측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어디서 누가 어떻게 옮겨갈지 아무도 알수 없어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담당기관인 포항교육지원청과 소속 학교, 학부모 등이 현실을 인식하고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해가며 이견을 줄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 교육계에 정통한 인사는 “학교와 학부모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운다면 이번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교육청은 중간자 입장에서 양측의 의견을 최대한 조율하고 학교와 학부모는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항교육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포항교육청이 각 학교의 사정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학부모와 취학하는 학생들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며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 측에 맡겨 놓으면 기득권 유지만 외쳐, 하세월이 될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각 학교 또한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근 학교의 교육환경이 현재 재학 중인 학교보다 더 나으면 굳이 학부모나 학생들이 나서서`우리학교`만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변화는 무조건 반대한다`라는 인식의 틀속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포항 교육계 전체를 보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을 것은 얻어야지, 무조건 `나와 내 자녀`만 고집한다면 경북 최고라는 포항의 일선 교육 현장이 내홍에 휩싸여 심각하게 헝클어 질 수도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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