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립 떠나 `가까운 학교` 선호

□ 도심 중학교는 영어교사가 미술 가르치는 상황 올수도

포항교육지원청은 지난 9월 12일 포항 용흥·창포·우현지구 등 포항시 북구지역 9개 중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2014학년도 중학교 신입생 배정관련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저출산현상으로 전체학생 수가 감소하고, 도심공동화현상으로 인해 도심지에 위치한 해당 학군 중학교 입학대상자가 급격히 줄어듬에 따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키 위해 마련됐다.

포항교육청에 따르면 창포·우현지구 학군인 포항중·여중, 포항 창포중, 포항 대동중, 포항영신중 등 5개 학교에 오는 2014학년도 입학할 예정인 학생은 총 943명이다. 이는 이번 2013학년도 입학생인 1천201명보다 무려 258명(21.5%)이 줄어든 수치로, 포항지역 전체 감소인원 770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청은 해당 학군의 학급수를 37학급에서 31학급으로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학교측에 공포했다.

이에 따라 포항교육청은 포항여중을 제외한 모든 학교에 대해 1~2학급을 축소 배정할 계획이다.

포항교육청은 이같은 결정이 해당 학군 전체 학생수가 급감했고, 남·여학교 비율이 3.5 대 1.5(창포중은 남녀공학이므로 0.5씩 분배)로 남학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포항 대동중, 포항영신중 등 사립학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지난 수년간 학급수가 공립학교에 비해 적게 배치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감축이 진행될 경우 학교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학급수가 감소하게 되면 교원수 감축도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공립학교의 경우 타학교 인사발령 등으로 근무를 지속할 수 있으나 사립학교의 경우 기존직원에 대한 해고조치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1개 학급이 감소되면 1.63명의 교원이 보따리를 싸야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이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을 찾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며 “우리학교의 경우 학급수 감소로 교내에 단 한 명 뿐인 미술교사가 해고조치될 수밖에 없어 영어교사가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쳐야 하는 촌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학부모 인식이 학군조정 최대 걸림돌

학생수가 날이 갈수록 급감하면서`사립학교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포항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학부모 선호도도 양쪽으로 갈린다. 공립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지역정서상 사립학교에 비해 전통과 역사성이 있는 공립학교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립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은 5~10년 가량 근무하면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공립학교 교사들과는 달리 오랜기간 동안 한 학교에 머무르면서 학교 내부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교사들이 많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이다.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학부모들의 자녀취학에 대해 갈구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는 거주지와의 거리다. 공·사립학교 여부를 떠나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부터 가까운 학교를 우선적으로 원한다는 것이다.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학부모 한현심(42·여·북구 두호동)씨는 “학교마다 교육방침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른 것은 맞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보니 아이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가 없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 학모들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학부모들이 집과의 거리를 우선시하면서 학생수가 부족한 학군에 대한 충원이 힘들어지는 이유다. 용흥중을 양덕으로 옮기는 방안이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대로 좌초된 것이나 상대적으로 학생수가 많은 장량·환호지구 학군에 소속된 포항 동부초등학교를 교육청이 최근 창포·우현지구로의 학군 조정을 시도했으나 해당 학부모들이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 무산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동의 없이 함부로 학군을 조정할 수는 없기에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논의가 오고 가야 할 문제이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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