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제때 투입안돼 적기방제 놓쳐
담당인력 2년 기간제 근무에 인원도 태부족
피해상황 데이터베이스화 안해 통계 부실도

다소 주춤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지난 2011년 전국 소나무 46만 그루가 말라 죽으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올해들어서는 소나무 56만 그루가 말라 죽었지만 당국의 방제대책은 불안하기만 하다.

△재선충 어떻게 확산되나

재선충은 소나무와 잣나무, 해송 등 소나무류의 곰팡이와 점액을 먹고 산다. 1mm 미만의 크기로 실처럼 생긴 재선충은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미세하다. 재선충 1쌍이 소나무류에 침투, 20일 지나면 20만 마리 이상으로 급속히 번식해 나무의 양분통로를 막아 버림에 따라 나무를 고사시킨다. 이로 인해 미세한 재선충만을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재선충이 매개충을 통해 다른 나무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올해만 피해 급증?

정부가 올해 유난히 무더워 매개충 개체수 증가로 재선충병이 확산됐다고 하나, 산림 전문가들은 최근 3년 사이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 수치를 본다면 기후만 탓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산림청 자료 역시 2010년 소나무 13만 그루 고사, 2011년 46만 그루, 2012년 50만 그루, 2013년 10월 6일 현재 56만 그루가 고사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소나무의 관리체계 미흡과 박멸 의지 부족이 피해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자치단체의 예찰 부족과 감염 소나무 관리 체계에 허점이 노출 된 셈이다.

△자지자체 방제 어떻게 이뤄지나

재선충 감염목은 소각, 파쇄, 훈증처리 된다. 소각, 파쇄가 효과가 가장 크다. 그러나 재선충병이 발생하는 야산에서 이런 방법을 실행한다는 것은 무리다. 자치단체는 나무를 일정크기로 자른 뒤 한 곳에 모아 약품을 뿌린 뒤 전용천막을 덮은 뒤 밀폐하는 훈증방식을 채택해 감염목을 처리한다. 훈증처리가 90%를 차지할 정도다. 포항시의 경우 가까운 산에서 발생하는 재선충 감염목에 대해서는 파쇄, 깊은 산속의 경우 훈증처리한다. 역시 대부분 훈증처리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훈증처리로 인해 야산에 소나무 무덤이 생기면서 미관을 저해시킨다. 또 훈증작업 뒤 관리체계가 허술해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땔감용으로 나무를 가져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감염목에 있던 유충이 떨어져 나와 재선충병을 확산 시키게 된다.

△지자체 인력 부족…자료화 미흡

경북에는 포항, 경주, 영덕을 비롯한 10개 시군 산림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각 시군 마다 재선충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각 시군마다 예찰 방제를 하고 있는 재선충병 방제단이 전부. 포항 북구에는 현재 9명이 북구 전 지역을 맡고 있다. 경주의 경우 40여명이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이지만 이들은 사실상 전문가나 마찬가지다. 재선충 중점발생 지역은 물론 피해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인 이들이 법규상 2년만 일할 수 있다.

또한 피해상황을 점검해 통계수치로 정리해두는 작업도 시급하다. 재선충병이 지난 1988년 이후 발생했지만 각 자치단체 마다 피해상황 통계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 그나마 정부 지침으로 지난 해 처음으로 전수 IT조사가 진행됐지만 아직 통계자료가 부족하다.

△자치단체장 의지 부족

소나무 고사목은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거돼야 한다. 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재선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에 옮겨 붙어 이동하는 바람에 매개충들이 이동하지 않는 시기에만 방제작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기에 자치단체마다 예산을 적기에 투입시키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 주도로 재선충병이 관리됨에 따라 자치단체 마다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집행의 지연으로 인해 소나무 재선충병을 키우는 꼴이다.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서라도 재선충병 방제에 나서는 자치단체는 보기 힘들 정도다. 자치단체장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때 재선충병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북도는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관련 모두 88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재선충병이 크게 증가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재선충병 예방 및 재발 방지 노력이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