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디의 아이들`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번역 반비 펴냄, 388쪽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서린 부가 인도의 도시 하층민들이 겪는 불안한 삶을 실화를 바탕으로 기술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2007년 11월부터 3년 넘게 뭄바이 안나와디 빈민촌에 직접 머물면서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3천건이 넘는 공공 기록을 조사하면서 도시 슬럼가의 비통한 현실을 기록했다.

저자는 안나와디 빈민촌에서 가난과 불행의 인간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세계화가 양산한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인도의 뭄바이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라는 점에서 그런 이중성이 가장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2천만명의 인구를 거느린 메가 시티 뭄바이는 그 한켠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빈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그 안에는 토착민과 이주민, 무슬림과 힌두교도 간의 갈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전통과 현대 사이에 낀 여성들의 젠더 갈등도 나날이 심각해지는 데다 고속 성장 시대 특유의 한탕주의와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그 혼란의 와중에서 가난한 이들은 돈벌이의 기회, 인생 역전의 기회, 혹은 최소한의 생존의 기회를 포착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저자는 뭄바이의 빈민촌 `안나와디`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이 모든 문제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신분 승상을 위해 극우 정당의 하수인이 된 여성 아샤, 폐품 분류에 대한 천부적 재능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무슬림 소년 압둘, 변화하는 세상을 목격하면서도 고지식한 부모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가야 하는 운명에 절망하는 소녀 미나,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되고자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대학생 만주 등 안나와디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앞에 놓인 삶을 버티기 위해 모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체의 편견을 배제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한 팩트를 핀셋으로 들어올리듯 미세하고 정교하게 관찰한 내용들은 도시 빈민의 삶에 대한 놀라운 통찰로 이어진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타인에게 무심한 것은 윤회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라 고통에 공감할 여지가 없을 만큼 참혹한 삶 때문이다. 이들이 부정부패에 관대한 것은 부패와 비리가 이토록 만연한 도시에서는 그것이야말로 가난한 이들의 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생존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순히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삶을 규정하는 현대사회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 또한 면밀히 분석한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빈민촌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으며, 전 세계적 불황과 비정규직화, 무한 경쟁은 안 그래도 불안한 빈민들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저자는 이 글로벌 자본주의가 어떻게 안나와디 빈민들을 삶을 위태롭게 하는지와 함께, 안나와디의 주민들이 이 험난한 시대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헤쳐 나가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취재 대상의 삶 속으로 뛰어들되,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한 뒤 글을 쓴다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결과를 종합해 도시의 빈곤과 불평등을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르포르타주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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