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기자단의 두바퀴路 ⑽ 포항 청하에 새겨진 진경(眞景) `청하성읍`

▲ 모성은 교수와 박계현 (사)문화와시민 이사장 등 두바퀴路 취재단이 최근 청하중학교 관송전 앞에 도착해 청하중학교 교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입추가 지난 지 벌써 한 달이다. 아직 한낮의 열기는 버겁지만 아침, 저녁바람엔 시원함이 묻어난다. 알게 모르게 지역문화 지킴이가 되어버린 두바퀴路 탐방대원들이 하나 둘씩 청하중학교 관송전 아래로 집결한다. 두바퀴路 안성용 단장이 일정을 알린다. “오늘은 청하면사무소에서 겸재의 `청하성읍도(淸河城邑圖)`에 등장한 회화나무를 살펴본 후 청하중학교 소나무 숲과 기청산 식물원을 둘러 볼 것입니다.”

겸재 `청하성읍도`로 당시 건물·수목 배치 짐작
청하中 관송전·기청산 식물원서 심신 힐링 만끽

400여년 세월 지킨 회화나무

청하는 겸재 정선이 1733(58세)년 청하현감으로 부임되어 1734년까지 2년 남짓 머물렀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중요 작품들을 남겼다.

겸재의 `청하성읍도`는 현재의 청하초등학교, 청하면사무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청하읍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것이다. 이 그림에서 당시 읍성 내의 건물 배치 상황과 수목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이 바라보는 이 회화나무가 바로 겸재의 `청하성읍도`에 나오는 나무로 추정됩니다. 문화와시민 박계현 이사장의 말이다. 옛 부터 회화나무는 우리 선조들이 최고의 길상목으로 손꼽아 온 나무이다. 이 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학자나 인물이 난다고 한다.

중앙상가에서 중앙콘텍트렌즈를 운영하는 이희우 사장이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회화나무 밑을 지나가면 부부 금실도 좋아져 백년회로 한답니다. 자, 모두들 나무 밑을 한 바퀴씩 돌까요?” 그 한마디에 좌중들 까르르 엔돌핀이 돈다.

회화나무는 나무 가운데서 으뜸으로 치는 신목으로 고결한 선비의 집이나 서원, 대궐같은 곳에 심었다. 특별히 공이 많은 학자나 관리한테 임금이 상으로 내리기도 했다. `청하성읍도`를 그린 그 시절의 인걸(人傑)은 간데없는데, 회화나무만 400여년 그 자리에 서 있다.

청하중 교정의 관송전(官松田)

탐방단은 `내연산과 진경산수화` 편으로 겸재의 상세한 이야기는 미루고 다시 청하중학교를 향했다.

크지 않은 청하중학교의 교정은 온통 싱그러운 숲 향기로 가득하다. 먹구슬나무, 모감주나무, 벽오동나무도 있고 섬초롱, 금낭화, 참나리, 구절초, 쑥부쟁이, 해국 등 야생화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띠는 것은 역시 솔밭이다.

관송전은 `관덕관송전(觀德官松田)`의 준말로 솔밭을 의미한다. 세종대왕(1427) 시기에 바람과 홍수에 대비하고 관에서 쓰이는 목재 조달을 위하여 청하현감 민인(閔寅)에 의해 조성되었다.

이때 이영백 포항시서각협회장이 한마디 한다. “관송전의 또 다른 유래도 있습니다. 이 숲의 동북쪽에 활쏘기 훈련장이 있었는데 활을 쏠 때 덕을 품고 과녁을 보아야한다는 뜻으로 `관덕`이라 불렀으며, `관송전`은 국가 소유의 솔밭이란 뜻이랍니다.”

갖가지 꽃과 나무로 풍성한 청하중학교 교정은 마치 식물원 같았다. 특히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각상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술사전문 이나나 박사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전능자, 하나님, 시인을 의미합니다. 단어에 내포된 공통된 의미는 `창조`입니다.” 라고 하였다.

교정의 첫 인상에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를 떠올린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며

늙어서도 그러하리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관송전 푸른 숲과 꽃향기를 맘껏 맡고 `생각하는 사람` 모각상을 보며 성장한 이곳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화가나 시인, 음악가 또는 다른 각자의 분야에서 창조적인 사람으로 활동하리라 기대된다.

자전거에 몸을 실은 두바퀴路 탐방대원들은 학교 운동장을 따라 둥글게 원을 그리며 숲 향기에 힐링한다.

기청산 식물원의 노거수(巨樹)

청하중학교와 기청산 식물원은 서로 이웃하고 있다.

기청산 식물원 이삼우 원장을 만났다. “큰나무가 있으면 민족성이 달라집니다. 큰 나무 밑에 큰 나무가 자랍니다. 이 땅 곳곳에 노거수가 서 있어야 합니다. 거대한 민족, 거대한 숲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러주어야 합니다.”

옛말에 `왕대밭에 왕대난다`고 했다. 겸재가 그린 청하읍성의 회화나무같은 노거수가 포항의 가로수로 울창한 숲을 이룬다면 그 아래 뛰노는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창대할 것이다.

식물원은 야생화, 은행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등 2000여종의 갖가지 토종 식물이 있다. 복수초(福壽草)는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다. 지방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땅 위에 불쑥 꽃만 튀어나온다고 땅꽃, 얼음 사이에서 핀다고 얼음새꽃 또는 눈색이꽃, 새해가 시작될 때 피는 꽃이라서 원단화,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다는 의미로 설연로 불리고 있었다. 꽃말 역시 재밌다.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인데 서양에선 `슬픈 추억`이란 의미를 지닌다.

`생물자원보전`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는 경주여고 이나영 학생은 “생태환경에 관심이 많은 저는 오늘 탐방이 참 유익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단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자신의 생각을 단호히 말했다.

두바퀴路 탐방단은 기청산 앞뜰, 푸른 숲이 베풀어준 그늘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카레밥과 파전, 시원한 수박과 막걸리 한잔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집필책임:모성은 교수

◆문화특강:이삼우 원장(기청산 식물원)

◆사진(영상)촬영:안성용, 황종희, 이재원

◆집필지도:이나나, 신일권

◆동행취재단:박계현, 김영숙, 이선덕, 이영백, 이희우, 김미숙, 권기봉, 권태성, 박중환, 박창교, 정경식, 이길호, 김영미, 김명헌, 손광호, 박기룡, 이석호, 서미경, 김형철, 채철원

◆어린이·청소년취재단:신중규, 최요한, 이나영, 신창민(IDG생물자원보전)

◆제작책임:사단법인 문화와 시민

▲ 모성은 교수와 박계현 (사)문화와시민 이사장 등 두바퀴路 취재단이 최근 청하중학교 관송전 앞에 도착해 청하중학교 교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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