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미래, 해법을 찾는다(3)
포항의 첨단과학 인프라 활용해야

포항은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과 철강공단업체를 주축으로 한 철강업종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도시다. 그러나 국제적인 철강경기 위축 등으로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 역시 긴축 경영으로 돌아섰고, 지역 경제도 덩달아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가 지속된다면 포항도 미국의 철강도시 피츠버그나 공업도시 시애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방사광가속기 등 인프라 탄탄해도 소통 부재
비영리 민간단체 구성, 정보공유·협업 구축을


□첨단과학 인프라 연계·활용 시급

포항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분야가 바로 첨단과학시설 활용이다. 포항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첨단과학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포항에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첨단과학연구소와 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 포스텍을 비롯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방사광가속기,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이 포항의 미래를 위해 불을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설 공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됐으며, 준공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 보유국이 된다.

이 같은 첨단과학시설도 하루아침에 포항에 유치된 것이 아니다. 지난 1988년 방사광 과학기술 분야의 불모지였던 포항에 3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건설되면서 과학도시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후 지난 20여년간 기초과학연구에서부터 신소재, 나노, 생명공학, 환경, 산업기술 및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면서 과학도시로의 명성을 굳히게 된 것이다.

□포항 미래 먹거리는 첨단과학시설

국가 연구 기관으로 발돋움한 포스텍 및 가속기연구소, 금속소재진흥원 등 과학분야 예산(국·도·시비·민자)은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5천783억여원이 투입됐다. 수십 년 뒤, 포항을 먹여 살릴 새로운 먹거리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최첨단 과학 인프라 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포항시와 연구기관이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없고 따로 논다면 무용지물이다. 아쉽게도 지금 포항이 처한 현실이다. 포항에 있는 연구기관들은 자신들의 연구에만 몰두할 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연계장치가 없다고 하소연 한다.

포항시와 지역 관련 연구소는 예산을 받고 이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역시 포스코 관련 분야의 연구에만 몰입하고 있고, 포스텍 또한 지역 연구소는 물론 포항시와도 협력 관계가 미약하다. 이처럼 관련 기관간의 소통부재가 시너지 효과를 저해하고 있다.


□지역 대표리더들이 나서야 할 때

포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미국 시애들시와 피츠버그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AP포럼 인사들은 `엘러게니컨퍼런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엘러게니컨퍼런스는 미국 피츠버그 지역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비영리 민간협의체로, 1994년 피츠버그시의 환경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비즈니스 환경을 위한 투자사업, 일자리 창출, 인재확보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엘러게니컨퍼런스는 1970년대 위기의 도시를 교육, 의료, 첨단기술의 중심지로 변모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 제철소 없는 철강도시 피츠버그시를 일궈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최고의 인재 양성과 최첨단 과학 시설을 움직이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다.

김용민 포스텍 총장은 “포항의 연구기관들이 서로 정보 교류를 공유하게 된다면 지역 발전을 위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특히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를 광역차원에서 서로 공유하게 되면 각 기관들은 고급연구 장비 구입비 절감, 고급인재 양성 등 상승작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포항 발전이 곧 포스텍을 비롯한 각 연구기관들의 발전이다. 과학 분야를 넘어 지역 대표 리더들이 모두 모여 소통, 협업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