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부터 소질·적성 찾아 기술교육… 취업 벽 가뿐히 넘어

▲ 대구유일의 마이스터고인 경북기계공고 학생들이 수업하고 있다.

3년 전 개교한 마이스터고 올해 졸업자들의 전국 평균 취업률은 92%였다.

취업자 비율도 높지만 질(質)이 더 눈길을 끈다. 대학 졸업자도 들어가기 힘든 대기업(27%)과 공기업(16%)은 물론이고 12%는 탄탄한 중견기업, 45%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학력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2% 선으로 세계에서 고학력자가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매년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학력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로 떨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고교 시절부터 소질과 적성을 찾아 기술교육을 받으면 높은 취업의 벽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3년전 개교 마이스터고, 올해 취업률 92% `성과`
대학보다 안정된 직장생활 중시… 생각 달라져

글 싣는 순서

① 롤 모델인 독일 직업학교
② 유럽(스위스·오스트리아) 직업학교
③ 취업이 우선이다
④ 마이스터고로 몰리는 학생들
⑤ 지역 마이스터고
⑥ 마이스터고 출신 취업성공기
⑦ 마이스터고 출신 명장들
⑧ 문제점과 방향 (전문가 진단)

마이스터고의 지원동기도 과거 특성화고 지원과는 크게 달랐다. 과거에는 인문계고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않거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특성화고를 지원했으나 이제는 충분히 인문계고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우선으로 마이스터고에 진학하고 있는 것.

취재결과 중학교 3년동안 줄곧 전교 1등을 한 학생을 비롯, 인문계고에 2학년까지 다니다가 그만두고 마이스터고로 유턴한 학생, 쌍둥이 형제들이 나란히 마이스터로고 방향을 정하는 등 과거와는 판이했다.

과거엔 성적을 떠나 무조건 대학으로 진학, 간판을 따기 위해 적성에도 맞지않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젊은시절부터 기술을 익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후 추후 공부해도 늦지않다는 마인드가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 대한 부모들의 사고 변화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예전에는 자녀의 성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무조건 대학진학보다는 기술을 익혀 선 취업을 해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는 것.

실제 마이스터고 지원동기를 답한 상당수 학생들은 “부모님이나 삼촌 친지 등의 마이스터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 후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북기계공고 김종구 전 마이스터 부장교사는 “예전에는 학생이 억지로 인문고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부모가 많아 한번씩 부모와 학생간의 갈등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마이스터고에 대한 인식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사고도 많이 달랐다. 성적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학하기 보다는 고교때부터 전공의 길을 택해 그 분야의 명장이 되려는 강한 포부를 갖고 있었다. 특히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잘 되지않는 취업백수가 되기보다는 고교 때부터 취업의 기반을 닦아 우선 취업을 하는것이 실속있다는 생각이 깊숙이 배여 있었다.

아울러 마이스터고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수업료는 국비로 충당되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 식사비만 부담하고 있다. 1년에 약 200만원 가까이 드는 수업료가 무료이다 보니 가정형편상 부담이 되는 학생들 스스로가 마이스터고를 택하고 있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학생들의 동기를 들어봤다.

“중학교 내내 수석… 차 전자분야 최고가 목표”

 

△구미전자공고 김민욱

상주에 있는 작은 중학교를 나왔지만, 중학교 3년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고민을 하던 시기, 공부를 잘하니까 다른 학생들과 같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 적당히 성적에 맞는 대학교에 진학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나의 흥미와 적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으며, 자동차와 전자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인문계 고등학교 보다 한 분야의 마이스터로서 성장할 수 있는 마이스터고로의 진학을 정하고, 전자 분야 최고의 마이스터고인 구미전자공고로 지원하게 됐다.

주변에서는 `왜 공부도 잘하는 데 공고를 갈려고 하나, 인문계고 가서 대학이나 가지` 라는 반응과 함께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확고하게 정한 나의 진로에 대한 생각을 주변사람들에게 말했고,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에 지원, 수석 입학하는 영예를 안았다.

자동차 안전 마이스터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자격증 많이따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금오공고 이진호

평소 인문계 고등학교보다는 전문계 고등학교 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포항에 있는 모 공고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부모님이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소개했다. 마이스터고는 기존의 전문계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입학 성적도 좋고, 졸업 후 취업도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금오공고에 지원했다. 어렵게 경쟁을 뚫고 입학한 만큼 학교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격증도 많이 따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졸업 후 나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들어가서 돈도 많이 벌며 열심히 살고 싶다.

“꿈의 회사 `포스코`에서 웃으며 일하는게 꿈”

 

△포철공고 권영성

`포스코`라는 곳에 견학을 간 이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 꿈은 항상 웃음이 멈추지 않고 힘든 일이 있어도 동료들과 함께 웃으며 그 일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부모님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어서, `포스코`란 회사에 들어가 웃으며 일을 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다.

포철공고에 원서를 쓸 때쯤 선생님께서는 제게 “니가 정말 `포스코`란 가족에 들어가고 싶다면 포철공고에 가서 정말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열심히 해야된다”고 말씀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꼭 `포스코`라는 곳에 가서 웃으며 일하고 싶다.

“경쟁력 있는 기술로 대우받는 사람될 것”

 

△경북기계공고 김정현(쌍둥이 형)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대학교를 졸업해서 공무원이 되려고 생각했다. 그러던중 고등학교 관련 상담을 하다가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알게 됐다. 마이스터고를 접한 후 주위의 경험담을 듣고, 취업률 100%, 교육비 제외, 기숙사 생활 등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많이 배운 사람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지닌 사람이 더 대우 받고, 더 오랜 기간을 경제활동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능력을 회사에서 한껏 발휘해보고 싶다.

“기술배워 빨리 부모님께 효도하고파”

 

▲ 대구유일의 마이스터고인 경북기계공고 학생들이 수업하고 있다.

△김정민(쌍둥이 동생)

인문계 고등학교 중 아무 곳에나 진학해 대학을 가서 무난하게 취업하는게 내키지 않았다. 형님과 함께 마이스터고에 대해 알아본 결과 100% 취업과 전문 기술인재를 양성했다.

인문계에서 3년 동안 공부하고 대학교 4년, 군대 2년이라는 6년의 시간을 버리고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하는 것보다는 마이스터고에서 기술을 배워 6년이라는 시간을 단축, 빨리 사회에 기여하고 돈을 벌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인문계고 진학 포기… 긍정적 시선도 큰 힘”

 

△평해공고 황지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지원을 한 상태였다. 이후 평해공업고등학교가 원자력설비분야 마이스터 고등학교로 바뀌어 미래의 취업이 보장된다는 걸 알게됐다.

내가 이 학교에 가게 된다면 1년을 휴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원자력 발전소를 견학해 보면서 1년 늦어진다 하더라도 이 학교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가 확고해진후 인문계고를 과감히 자퇴하고 평해공고에 지원했다.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률이 낮은 현실 때문인지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일반 공업고등학교, 인문계고등학교 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회의 시선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이스터고 `취업이 우선이다`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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