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환교육장 등교 호소 회견
초교생 등교거부 어제로 5일째…비대위 “철회때까지 계속할 것”
역할부재 시의회 원론적 입장표명만, 국회의원 등 중재 나서야

포항시립승마공원 건립 주민 반대 시위로 불거진 양덕초등학교 등교거부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포항시의 공사 중단 및 주민 대화 방침과 주민들의 전면 폐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등교거부 장기화에 따른 학사일정 차질 등 애먼 학생들의 상처만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당사자간의 팽팽한 대치 국면을 조정할 만한 지역 원로들마저 제 목소리를 내지않고 있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의원은 승마장 사태가 발생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민원현장을 찾지 않는 등 적극적인 민원수렴을 포기한 채 남의 동네일처럼 수수방관하고 있다.

대의기관인 포항시의회와 포항교육지원청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학생들의 `등교거부사태만은 없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 발표에만 그치고 있어 책임전가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1일 승마장 건립 문제와 관련해 전체의원간담회를 열고 시의회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 시의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양덕초등학생들의 등교거부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데 책임을 통감하며 주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 이 사태를 촉발사킨 포항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또 교육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자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한 대의명분을 과감하게 수용해 자녀들의 등교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이어 양덕동 주민들이 투쟁의 현장에 내몰리지 않도록 주민들의 가감없는 의견을 듣고,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시의회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며 승마장의 용도변경 등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 그동안 시의회의 역할 부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날 포항시학교운영위원연합회에 이어 포항교육지원청 오광환 교육장도 2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오 교육장은 학교밖 어른들의 일로 인해 학생들이 결석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양식있는 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오 교육장은 또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기대한다면 그만큼 용기와 책임있는 처신을 해야하고 무엇이 바르고 진정한 용기인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육장은 학교의 등교가 늦어질수록 학생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까 걱정된다며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서로 만나 손을 잡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엄정수 비대위원장은 “포항시가 승마장 건립 추진을 철회하기 전까지는 학교에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양덕초 학부모들의 마음이다”며 “현재로서는 여름방학 전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 각오”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만약 포항시가 양덕동 주민 전체를 모아 찬반 투표를 실시한 뒤 찬반 여론에 따라 승마장 건립을 추진한다면 등교시킬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양덕초등학교는 1일 전교생 1천573명 가운데 1천12명이 결석,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등교거부사태가 5일째 계속됐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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