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기자단의 두바퀴路 ⑹ 포항 용흥동 탑산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 모성은 교수를 비롯한 두바퀴路 문화탐방단 참가자들이 행사를 끝낸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두바퀴路 문화탐방단에 참가한 포항예술고 학생들이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 소재한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광장 앞에서 `독도 플래시몹`을 펼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두바퀴路 문화탐방단은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 소재한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을 찾았다.

북한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남침함으로써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경이다. 전쟁이 일어 난지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었다. 유엔연합군은 시간을 벌기 위해 왜관, 기계, 포항을 잇는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야했다. 이 방어선이 뚫리면 부산마저 순식간에 점령될 것이다. 군번도 계급도 없이 오직 펜 대신 총을 들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학도의용군은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의 학생들로 전국에 약 5만명이 참전했다.

학도병 47명 전사한 포항여중 전투 가장 치열
北 유격대원 3천여명 기습, 軍 지휘없이 방어

학도의용군이 참가한 대표적인 전투는 1950년 8월11일에 일어난 포항여중 전투였다. 당시 포항중학교 5학년으로 천마산 전투에 참전하여 고막을 잃고 겨우 목숨을 건진 학도의용군 생존자 최기영 전승기념관 고문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학도병 단독 전투라고 불리는 이 전투에서 육군 제 3사단 소속 71명의 학도의용군은 개인당 소총 한 자루와 실탄 200여발 그리고 약간의 수류탄만을 받은 채 군의 지휘도 지원도 없이 홀로 싸우다 꽃다운 나이에 산화 하였습니다”

포항전투, 영화로도 만들어져

숭고한 호국·희생정신 담아

11시간의 긴 전투 끝에 결국 47명이 전사하였고, 북한군은 260여명이 사망했다. 학사모를 쓰고 교복을 입은 채 학도의용군으로 참석했었다는 이석수 전 부지사는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71명의 학도의용군은 새벽 4시경 북한군 제5사단 및 766 유격부대원 약 3000여명의 기습공격을 받아 목숨을 건 싸움을 펼쳤습니다. 포항은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국토 수호의 마지막 보류였기에 71명의 학도의용군이 목숨을 바쳐 북한군을 막았습니다”라고 증언한다.

2010년 이재한 감독의 영화 `포화속으로`는 포항전투에 참전했던 학도병 71명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담고 있다. 1950년 8월11일, 당시 71명의 학도병 중 한 명이었던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 이우근 학도병이 어머니께 미쳐 부치지 못한 피 묻은 한 통의 편지가 배경이 되었다.

“…. 어머니, 전쟁을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 어머님! 놈들이 다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소년은 결국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포항여중 앞 전투에서 전사했다. 중국 당나라 진도(陳陶, 812-888)의 시 `농서행`이 떠오른다.

誓掃匈奴不顧身 흉노 소탕을 맹세하고 제 몸 돌보지 않더니

五千貂錦喪胡塵 오천 전사들 오랑캐 말발굽아래 죽어갔네.

可憐無定河邊骨 가엾어라, 무정하 강변에 뒹구는 백골들은

猶是深閨夢裏人 여전히 여인네들이 꿈에 그리던 사람들이네.

한나라 무제(武帝)때 이릉(李陵)의 병사 오천명이 흉노에게 포위되어 전멸당한 고사를 인용한 시이다. 전쟁터에서 오랑캐 칼끝에 백골이 되어 이름 없는 강변에 나뒹구는 주검들, 멀리 고향집 여인들 꿈속에선 여전히 살아있는 아들이오, 남편이다.

어머니가 꿈속에서 그리던, 그 학도병들의 혼은 다 수습 되었는가!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르던 어린 학도병들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충혼탑은 말없이 포항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바로 그때, 싸이렌 소리가 울리고 뒤이어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 노래 소리와 함께 충혼탑 광장은 포항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독도 플래시몹`이 펼쳐졌다. “여러분, 독도를 지켰던 신라 장수 이사부의 용기와 포항을 사수하며 목숨 바친 71명 학도의용군의 뜻을 이어, 이제 우리 손으로 이 포항과 독도를 발전시킵시다.” 한 여학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펴지고 학생들의 씩씩한 율동과 땀방울에서 그날 학도병들의 타오르는 눈빛을 보았다. 문화기자단 뿐만 아니라 기념탑을 참배하던 시민들도 플래시 몹 행렬에 동참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탑산은 뜨거운 애국심으로 달구어 지고 있었다.

 

▲ 모성은 교수를 비롯한 두바퀴路 문화탐방단 참가자들이 행사를 끝낸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탑산에서 내려다 본 산불 현장

포항전투 치열했던 격전지 같아

플래시몹도 멈추고 모두의 흥분이 가라앉을 즈음 정경식 한마음 사랑후원회 사무국장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바로 지난 5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 화재의 시발지군요. 다행히 충혼탑과 전적비는 무사합니다만 ….”

5월9일 오후 3시50분경 탑산에서 시작된 산불로 용흥동 일대를 거쳐 수도산, 포항여중을 잇는 산들 및 그 주변 집들의 화재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었다. 강한 바람과 험한 산세로 진화에 어려움이 있어 약 17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인명과 주택 53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은하수로타리클럽 이선덕 전회장이 한마디 한다. “탑산에서 내려다본 화재의 현장이 마치 1950년 포항전투의 치열했던 격전지 같습니다.”

“이번 화재현장인 탑산과 수도산, 포항여중 일대는 학도병의 애국정신과 넋으로 지켜진 곳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킨 마지막 방어선으로 서울 수복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중요한 역사적 공간입니다. 화재로 잿더미가 된 채 방치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포항예술고 예진영 선생의 굳은 표정에서 도심재생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이제 우리들의 몫이라는 비장함이 서려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화염에 휩싸였던 지역 대부분이 포항의 역사적 공간이자 구도심권으로 도심재생에 대한 논의의 쟁점 지역이기도 하다.

전쟁 폐허 위에 철강도시

화재 잿더미 위에 문화도시

건설업체를 이끌고 있는 유희경 사장이 한마디 한다.

“포항은 전쟁의 폐허 위에 철강도시를 세워 영일만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메카로써 산업근대화를 견인해온 역동적인 도시입니다.”

탐방 내내 연신 싱글벙글 웃고만 있던 이철진 포항예술고 미술부장이 말문을 열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철강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화도시`라는 이미지는 매우 취약한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동빈내항과 포항역, 수도산, 탑산 일대를 연결 짓는 복합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이때 송상헌 포항예술고 선생도 질세라 자신의 생각을 던졌다.

“현재 오거리에 있는 역사가 2014년 KTX 신역사 준공을 앞두고 이인리로 이전됩니다. 포항 역사를 이용한 시민광장이나 수도산 주변의 경관을 이용한 박물관이나 국악예술원 조성 등은 시민의 휴식과 예술 공간으로 새로운 문화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구도심은 포항 발전의 상징이자 역사적 공간입니다. 구도심 자체를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킨다면 시민의 문화욕구를 충분히 만족 시킬 것입니다.”

문화대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내며 활짝 웃었다.

예술이든 인간의 역사든 그것이 진정한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되려면 형식과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철강의 메카로써 첨단과학의 외형적 아름다움을 갖춘 포항이 문화예술이라는 내용(정신)적 아름다움과 결합한다면 진정 천년을 넘나들 `영일만 문화`가 창조 될 것이다.

포항이 전쟁의 폐허 위에 철강도시를 세웠다면, 이제 화재의 잿더미 위에 문화도시를 세워야 할 때이다.

△대표집필:모성은 교수

△문화특강:최기영 고문(국가유공자), 이석수(전 부지사)

△한시감수:신일권(한문학자)

△집필지도:이나나(미술사학 박사)

△청소년기자단:포항예술고등학교 학생들(플래시몹)

△사진촬영:안성용, 황종희

△동행취재단:김효은, 박계현, 김병기, 김형철, 이영숙, 이선덕, 서명호, 곽귀남, 원지혜, 유희경, 최성주, 이미자, 포항예술고등학교(이철진, 예진영, 송상헌, 이종길 선생님), 한마음 사랑 후원회(권기봉, 정경식, 이길호, 김영미, 김명헌, 권태성, 황일석, 서상봉, 박창교, 권유석, 권민석, 김정은, 김동은)

△제작책임:사단법인 문화와 시민

▲ 두바퀴路 문화탐방단에 참가한 포항예술고 학생들이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 소재한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광장 앞에서 `독도 플래시몹`을 펼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