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올리브컴 인터내셔널 허정 대표이사

(주)올리브컴 인터내셔널(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허정(45)대표는 국내`전시연출`전문가다. 포항출신인 그는 포항 영흥초등·대동중·고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했다. 각 지역별 특화된 박람회가 성공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그를 만나 박람회의 발전방안을 들었다. /편집자주

이름만 바뀐 박람회 난립, 지역정체성 맞는 소재 발굴을
풍성한 볼거리·즐길거리·숙박시설 등 삼박자 갖춰야 성공
단체장 치적사업으로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오류 말아야
고향 포항 발전·성장 이끄는 모델 창출에 보탬 되고파

▲ 허정 (주)올리브컴 인터내셔널 대표는 “최근 붐이 일고 있는 각 지자체별 박람회는 각 도시의 성격과 특성, 차별화된 전략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허정 (주)올리브컴 인터내셔널 대표는 “최근 붐이 일고 있는 각 지자체별 박람회는 각 도시의 성격과 특성, 차별화된 전략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연출이란 무엇인가?

◆ 쉽게 말하면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박물관에서부터 각종 기념관, 홍보관, 과학관등의 전시공간에 대한 기획부터 설계, 제작, 시공까지 전시연출 전반에 대한 업무를 대행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순천 정원박람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각 지자체가 박람회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단체장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의 활성화이다. 각 지역이 가진 자연환경이나 유산을 활용하고 도시브랜드를 알리면서도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써 박람회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해외의 성공사례를 소개한다면.

◆ 독일의 하노버는 조용한 전원도시였다가 `Cebit`라는 세계적인 전자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도시전체를 리모델링했다. 유럽에서 가장 넓은 박람회부지를 조성하고 초대형 박람회 개최가 가능토록 건축환경도 조성했다.

세계 유수의 전기, 전자회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참가하면서 박람회의 명성은 높아져갔고 박람회 시기가 되면, 항공편은 물론 숙소를 예약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였다.

하노버시도 박람회티켓을 사면 박람회기간 동안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철, 버스교통편을 제공했고 지역주민에게 외부 관람객들은 환대받는 손님이었다.

지방정부차원의 기획과 지원,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 차별화된 아이템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하노버의 경우도 Cebit전시만 믿고있다가 미국 라스베가스의 CES와 같은 유럽권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에 밀려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의 추진력을 잃어버리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특성에 부합하고 내외국인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박람회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박람회의 주제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역사적인 배경이나 인물, 자연환경, 유적 등을 통해서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스토리로 엮어야 한다. 전문적인 조직이나 자문인력, 행정적인 절차나 예산관련업무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다만, 타 지역에서 인기를 끈 박람회라고 해서 유사한 박람회를 반복하는 사례는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기농이나 의학, 산업 관련한 박람회에 있어서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하나의 유행처럼 각 도시가 저마다 유기농의 도시라고 외치고 있다. 전통의학박람회, 한방박람회 등 이름만 바뀐 박람회가 난립하고 있다.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쇼핑, 관광 등의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숙박시설이 묶여있어야만 항공료를 지불하고 방문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전시공간의 사후관리 등 문제점도 일부 노출되고 있는데 개인적인 의견은.

◆ 박람회 경험의 부족으로 방문객의 수나 실제로 계약이나 판매가 된 수치화된 거래성과 위주로 집중하다 보니 사후 운영이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홀하기 쉽다. 매년마다 개최되는 안정된 박람회로서의 자리매김에 대한 확신이 없이 박람회에 필요한 넓은 부지를 확보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함이 필요하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에 이르는 박람회기간을 제외하고는 유휴지로 남겨두기에는 여러가지 비판의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 박람회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또한 추가적으로 시행했으면 하는 박람회를 제안한다면.

◆ 전문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직 성공이라고 확답할 수 있는 박람회는 없는 것 같다.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나 순환적 주기에 따라 매년 또는 격년마다 개최가 이루어지고, 관람객 모두가 기다려지는, 개최자는 티켓판매에 대한 걱정이 없고, 횟수가 거듭될 때마다 콘텐츠가 밀도와 구성면에서 발전하는 그런 박람회는 아쉽게도 아직 없는 것 같다.

이는, 박람회가 일부 단체장의 치적사업으로써 일회성 행사를 통한 과욕과 오해, 이를 진행하는 관련자들의 업무적 이해 및 능력 부족, 예산적 부담 등이 가져 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먹고 살 거리에 대한 고민과, 수익성과 흥행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정 없이 탄생한 박람회는 외부인은 물론 해당 지역주민의 관심밖에 나기 일쑤이다. 사실, `지역경제 부흥`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굳이 박람회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동일한 효과로써 세계적인 건축물도 될 수 있고 조형물이나 자연환경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시카고의 크라우드 조형물, 우리나라의 우포늪이 그러하다.

각 도시의 성격과 특성, 차별화된 전략수립이 중요한 것이지, 박람회라는 방법적인 한계에 스스로 가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섬유와 보석산업이 있고, 최근에는 집중된 의료시설을 통해 중국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박람회 형식이든, 패키지 상품 형식이든 간에 목적만 분명하다면 다양한 방식과 방법이 존재할 것이다.

-허 대표가 직접 시공운영한 대표적인 박람회를 소개한다면.

◆ 최근 국내박람회에서 규모가 컸던 여수세계박람회에서는 인도양10개국에 대한 개도국 공동관을 수행했으며, 전남 나주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농업박람회를 성황리에 마친 바 있다.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에서 한국관을 조성해 한국의 문화와 예술, 경제발전에 대하여 널리 홍보한 바 있으며, 120여개국의 참가국 중 반드시 들러봐야 할 5대 인기 국가관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개인적인 포부가 있다면.

◆ 고향인 포항에는 잠재적인 요소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온 포스코가 있고, 다양한 특산물과 스토리텔링 요소도 있다.

다만 여러 이유로 인해 진척이 부진한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조성사업`이 정치적 입장이나 행정문제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요소발굴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험요소들을 얼마만큼 차단하고 극복해내느냐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완성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포항`이라는 도시의 상징체계이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하나의 시작점으로의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완성 이후에 도시가 변모될 모습과 기능적 역할, 운영과 유지보수에 대한 전략, 유기체처럼 자립적이고 발전 성장해 갈 수 있는 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과 임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개인적 지식과 정보들이 고향에 보탬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허정 대표이사는…
포항 영흥초등·대동중·고교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공간디자인)졸업. 논문 <엑스포에 있어서의 국가관 연출 연구, 2009>, 저서 <세상을 바꿔라> <도심 속의 갤러리를 꿈꾸며, 2012>등.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