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서 “서로에 대한 보살핌 필요” 보호자의 소명 역설

▲ 19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의 취임 미사장에 도착한 신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자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교황은 이날 겸손하고 소탈한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는데 흰색 수단(카속, cassock)은 레이스나 프릴 장식없이 단순하고 소박했고, 십자가 목걸이는 금목걸이가 아니라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좌주교 임명이후 걸던 철제 십자가,. 교황권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도 도금한 은으로 만들었다. /AP=연합뉴스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의 공식 즉위 미사가 19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장엄하게 거행됐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오전 8시45분 숙소에서 나와 흰색 무개차(無蓋車)를 타고 약 17분 동안 성 베드로 광장을 돌며 환호하는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 무개차에서 내려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병자를 축복하는 등 `서민 교황`으로서 다정다감한 면모를 보였다.

이날 교황 즉위식은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의 묘소에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교황은 성 베드로 사도의 무덤이 있는 제대(祭臺)로 나가 트럼펫 연주와 성가대 노래가 끝난 후 동방예법 총대주교 등과 함께 베드로 사도의 무덤에 경의를 표했다. 주교관을 쓴 교황은 오전 10시께 추기경들과 함께 성 베드로 광장에 나와 대성당 앞에 마련된 제대에 올랐다.

이어 목자의 사명을 상징하는 팔리움을 교황청 수석 추기경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으로부터 받아 목에 걸었고,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인 장루이 토랑 추기경의 도움을 받아 교황의 인장인 어부의 반지를 착용했다.

`어부의 반지`는 과거 교황 즉위식에서 순금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도금한 은으로 만든 것이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보호자의 소명`을 역설했다.

성 요셉 축일을 맞아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보호자 역할에 충실했던 요셉의 사명에 초점을 맞춰 그리스도인과 우리 사회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을 주문했다. 교황은 보호자의 소명은 단지 그리스도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하느님의 창조물인 환경을 존중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히 아이들과 노인들,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궁핍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이고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가족이 서로 보살피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 돌보며 우리가 신뢰와 존중 그리고 선으로 참된 우정을 쌓는 것이 보호자의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학자보다는 목자의 삶을 살면서 스스로 낮추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는 `서민 목자`의 길을 걸어왔다.

이날 즉위 미사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로마 주교의 소명”이라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소외된 자의 목자`로서 교황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바티칸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