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서숙현·은선 자매, 아버지 살리려 선뜻 간 이식
수술로 재산 날리고 큰딸 직장 잃어 학비마련 걱정도

▲ 20여년 간 간경화로 투병해온 아버지를 위해 자신들의 간을 이식한 미담의 주인공인 서숙현(왼쪽)·은선 자매.

“우리 4남매와 가족을 위해 힘들게 살아오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건 별 것도 아니예요”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주고 요양 중인 상주시의 서숙현(26·어린이집교사), 은선(23·대학생) 자매의 얼굴은 밝았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도 기꺼이 응할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다. 자매는 아버지가 퇴원하면 평소 잘 드시던 음식을 만들어 드릴 것이라면서 그 날을 위해 갖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자매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수술대에 오른 것은 새해 벽두인 지난달 2일. 20여년 동안 간경화로 투병해 왔지만 4남매와 가족들을 위해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던 아버지(서기수·57)가 지난해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간이식 외에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듣고서였다.

“저희들 조직검사를 일단 먼저 해 주실래요?” 두 자매는 한치도 망설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며 우려하는 친인척과 주위 사람들을 자매가 오히려 설득하기까지 했다. 조직 검사 결과는 적합 판정. 두 딸은 여성의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수술대에 올랐다. 남다른 사랑을 준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9시간의 수술 끝에 간 이식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딸들의 간을 이식 받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아버지 서씨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태.

서씨는 “부모로서 제대로 뒷받침도 해주지도 못한데다 미혼인 딸들의 몸에 칼을 대게 했으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이들 가족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남아 있다.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 오던 서씨의 유일한 재산인 화물차는 병원 수술보증금 5천만원 때문에 매각됐고 어린이집교사로 일하던 큰딸은 수술 후 요양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둬 지금 생활이 막막한 것. 둘째딸 역시 아르바이트를 못해 대학 등록금 장만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더욱이 퇴원해 자택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두딸의 건강이 회복되기까지 앞으로 두 달여가 지나야 할 상황인 데다 아버지 역시 수술경과는 좋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주/곽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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