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조선조 성종때부터 연산군 때까지 홍문관 대제학 이조판서등의 관직에 올랐다가 연산군의 패정에 직언을 하는 바람에 교형을 당한 직신 홍귀달의 일화는 오늘을 사는 공직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후세에 `한국의 소크라테스`라고도 불리운 그는 `허백정`과 `귀달마`이야기를 남겨 청문회에 선 고위직 후보들과 비교해 큰 감동을 준다.

홍귀달이 42세 때 서울 남산 아래 청학동 부근에 띳집 한간을 지어서 `허백`이란 당호를 걸고 지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999칸 화려한 기와집을 짓고 산다는 소문이 퍼져 과거보러 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한다. 혹자는 벼슬이 높으니 호화주택을 짓고 산다는 모함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나 비록 한간 집이나마 999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얘기가 와전됐다는 설도 있다. 이 집 때문에 한국의 소크라테스라는 후인들의 평가도 받았다. 또 홍귀달은 벼슬이 높았음에도 검박해 걸음이 느린 조랑말만 타고 다녔다고 한다. 길가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귀달마`라 했고, 그의 인품을 흠모하면서 말의 초라함을 비웃었다는 것이다. 그 뒤 시세에 영민치 못하고 노둔한 사람이나 사물을 `귀달마`라 했다고 한다.

고위공직자 인사철이 되면 `높은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심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최고위직은 대개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비리나 부정, 불법적인 과거가 드러나 여야가 보고서 채택문제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도 청백리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며, 왜 하필이면 흠있는 공직자가 후보로 추천됐는지 의문스럽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능력이 있는 후보감들도 청문회가 겁이나 지명을 고사하는 바람에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 사회 지배층의 총체적 도덕성 해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어둡다.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당시의 문제로 국회 보고서 채택이 어려워졌다. 헌법재판관으로 있으면서 월평균 400만원씩 지급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을 받았고, 자신의 예금과 지출의 합산이 수입액수보다 많은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으며, 9회의 해외 출장시 5회의 부부동반, 관용차로 딸을 출퇴근시킨 것 등이 주요 지적사항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이고,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사실상 첫 인사로 평가되는 헌재소장 후보의 청문회 좌초는 본인의 불명예는 말할 것도 없고 박 당선인의 정부인사에까지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박 당선인이 첫 총리후보로 지명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원칙 바로 세우고 사회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설명에 걸맞는 인물로 기대되지만 후보지명을 계기로 사적인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적절한지, 어린 아들 명의의 거액 재산이 적법한지를 따져야 한다는 야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후보자 본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피하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당선인의 첫 인사라는 점 때문에 여당이 이를 물리적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한다면 박 정권의 앞날에 그늘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물론 청문회에 올려지는 후보들은 그만큼 고위직에 오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선망과 함께 시기도 받았을 것이고, 고의적인 흠집내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생의 목표를 고위직에 두지 않더라도 공직자로서는 엄격한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본연의 도리다. 지금 우리나라 청문회 제도가 비리 부정에 대한 사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보를 몇 번이고 낙마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적격인물을 선택하는 엄격한 청문회가 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공직자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일상화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