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9월22일 이스탄불 시가지 일원
캄보디아 이어 두번째 해외 경주엑스포
탁심 광장 근처서 먹는 케밥 맛 `일품`
성소피아 성당·궁전 등 볼거리 `풍성`
한국-터키 전통문화체험 `인기 최고`

미리 가본 `이스탄불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

“탁심 광장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죠?”

그랜드 바자르를 빠져나와 낯선 이국의 밤거리에서 골목 하나 벗어나자 내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다. 엉뚱한 곳이다. 걸어가는 젊은이에게 말을 걸자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안내한다.

“차이나, 재팬?”

“코리아에서 왔어요. 코리아 알아요?”

“그럼요. 서울. 대한민국!”

200여m 거리를 안내한 젊은이는 버스 승강장에서 탁심 광장으로 가는 버스가 올 때까지 내 옆에 섰다. 그와 나는 잠시 이스탄불과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내 도착한 버스에 나를 안내하곤 손을 흔든다. 나 역시 그를 향해 책에서 외운 터키어로 “테쉐퀴르 에데림(고맙습니다.)”

몇 년 전 터키를 여행할 때 만났던 그 젊은이의 친절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젊은이뿐만 아니라 터키 곳곳에서 만난 터키인들의 친절은 나에게 감동 그 자체로 기억된다.

오늘은 2013년 9월 첫날이다. 오늘 그 젊은이를 내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가 펼쳐지는 이스탄불의 한국관 전시실이든, K-POP 공연장이든 그와 내가 다시 만나 함께 이스탄불의 거리를 거니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개·폐막식 장소로 사용될 터키 이스탄불 성소피아박물관(성당, 교회) 광장. 이 박물관은 건축가 이시도르스가 537년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완공, 성당과 사원으로 활용했다.

2013년 8월31일부터 9월22일까지 23일 동안 경북도·경주시와 이스탄불시가 공동 개최하는 `이스탄불 -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 관람을 위해 동료 세 명과 아타튀르크 공항(Ataturk International Airport)을 통해 어제 이스탄불로 들어왔다.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은 2006년 캄보디아에 앙코르와트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에서 개최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다. 특히 이스탄불과 경주는 실크로드의 출발지이면서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과 동쪽 끝이다. 이스탄불이 유럽과 이어지는 아시아의 서쪽 끝이라면 경주는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동쪽 끝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 역시 전에 여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탁심 광장 근처다. 그러니까 어제 이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가방을 끌고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란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한글과 영어로 씌어 있는 포스터였다. 인천공항에서 10시간 이상의 비행으로 피로했지만 포스터를 보자 피로가 싹 가셨다. 머무는 동안 동료들의 가이드로서 시내 투어를 안내하기로 했다. 출출하다는 동료의 이야기에 간단한 요기를 할 겸 호텔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탁심 광장으로 안내했다. 주변 풍경은 몇 년 전에 내가 왔을 때와 별반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호텔이 많았던 광장 동쪽으로 높은 건물 몇 개가 새로 보였다. 탁심 광장 주변은 우리나라의 명동처럼 번화가로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시내 곳곳에도 `이스탄불 -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 를 알리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보였다.

▲히포드럼 광장

터키의 대표적 음식인 케밥을 먹기로 했다. 탁심 광장 근처엔 케밥집이 많다. 밖에서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꾸며졌는데 고기 굽는 모습은 어느 식당이든 비슷했다. 케밥의 주된 재료는 양고기와 닭고기다.

회전하는 쇠꼬챙이에 고기를 차곡차곡 재워 그것을 낮은 온도의 가스 불에 익혔다. 겉 부분부터 칼로 잘라낸 것을 빵 가운데 넣었다. 때론 그 고기를 접시에 담아 그냥 주기도 한다. 터키 음식 문화를 접하는 것도 우리에겐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것이다. 도네르 케밥을 시켰다. 빵 안에 양고기와 채소를 넣은 것으로 그 나름대로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 구운 밀가루 맛과 채소 맛, 그리고 양고기 독특한 맛이 혀끝을 자극했다. 맛의 질감은 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가 맛의 농도를 달리함을 우리는 몸으로 체득해 왔다. 이국의 분위기가 맛을 한층 깊게 한다.

이스탄불은 그야말로 오감체험으로 볼 것, 먹을 것, 이것저것 다양해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면서 찬찬이 유적지를 돌아다녀도 한 주는 걸릴 도시다. 세계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스탄불이야말로 여행지에서 놓쳐서는 안 될 도시임을 쉽게 발견한다. 도시 곳곳이 동서양 문명이 혼재돼 있는 현장으로서 동양과 서양이 서로 상충, 상생했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스탄불이란 금주머니에서 대표적인 명소 몇 개를 꺼내보면 성소피아 성당, 블루 모스크, 톱카프 궁전, 돌마바흐체 궁전, 그랜드 바자르, 갈라타 탑…. 그래도 꺼내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한 곳이 이스탄불이다.

그러니 볼 것이 참 많은 역사의 도시다.

▲그랜드바자르

`이스탄불 -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 개막을 위해 사전행사로 한국과 터키의 A매치 축구경기도 치러졌고, 신 실크로드 개척·탐방행사도 있었으며, 국제심포지엄도 열렸다.

터키 대통령도 참석한 개막식과 함께 공식행사 공연으로 플라잉, 한·터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비보이 공연, 풍물길놀이, 태권도 공연, 한ㆍ터 전통패션쇼 등 한국과 터키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양한 볼거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한국문화관, 신라보물전, 한ㆍ터 예술합동교류전 등의 전시와 세계영화축제, 특별행사로 K-POP공연, 세계민속공연축제는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아울러 한국과 터키의 전통문화체험이 진행되고, 경북도립공연단, 경주시공연단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홍보관, 한국홍보관, 경북도ㆍ경주시 홍보관도 있어 한국의 맛과 멋을 터키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미 터키 젊은이들의 발길은 우리나라에서 설치한 부스로 이어지고 있으며 핸드폰에는 우리나라 가수들의 사진과 이름 몇 명씩 들어 있다.

터키 도착 사흘 째, 여름 햇살은 어깨 위에서 쏟아졌다. 우리 일행은 신라보물전을 관람하고 성 소피아(하기아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술탄아흐멧 사원)를 구경하기로 했다. 더운 날이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했다. 성 소피아 성당은 517년 건축돼 1453년 오스만 튀르크에 정복당할 때까지 비잔틴 건축물의 대표적 명물로 현재 세계인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블루 모스크는 술탄 아흐멧 1세의 의해 616년 세워진 건축물로 성 소피아 성당 맞은편에 건축한 모스크다. 성 소피아 성당보다 더 멋진 건축물을 짓도록 메흐멧 아아에게 명령하여 지어진 건물이다. 두 건축물은 이스탄불 여행의 백미로 건축미학의 우람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히포드럼으로 나가자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들린다.

`땅따땅딴 땅….`

▲하재영 시인
히포드럼 광장에서 우리나라 사물놀이 팀이 와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미 둘레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객들이 빙 둘러서서 어깨들 덩실덩실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하고, 카메라 셔터를 계속에서 누른다.

이스탄불에서 신라의 소리가 수천 년 역사를 넘고, 수천 km 거리를 넘어 화합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음에 우리는 흐뭇한 발길을 옮겼다.

뷰티풀 코리아! 판타스틱 경주! 테쉐퀴르 에데림!

글=하재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