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내년부터는 당첨금 과세

스페인에서 세계 최고의 당첨금으로 유명한 `엘 고르도(뚱보)` 크리스마스 복권의 추첨 행사가 22일(이하 현지시간) 진행됐다.

전국에 총 25억 유로(3조5천억여원)의 당첨금을 뿌릴 이 복권은 경제난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스페인 국민에게 잠시나마 기분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AP통신과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 등이 전했다.

올해 200주년을 맞는 엘 고르도 복권은 4천600만 국민 대부분이 추첨 중계를 지켜보는 스페인만의 성탄절 전통 행사다.

단 1명이 거액을 챙기는 다른 복권과 달리 다수가 당첨금을 나누는 방식으로, 1등 당첨자 1천800명에게는 40만 유로(약 5억7천만원)씩이 돌아간다. 올해 1등 당첨 번호는 `76058`이었다.

복권 판매는 지난해보다 8.3% 감소했지만, 당첨복권이 나왔던 가게 앞에 수백 명이 줄을 서는 등 올해에도 인기는 여전했다. 장당 20유로의 이 복권을 사는 데 스페인 국민 한 사람당 평균 70유로 이상을 쓴다는 통계도 있다.

당첨 복권이 팔린 도시와 마을 곳곳에서 이날 샴페인 따는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울렸다. 마드리드 교외에 위치한 도시 알칼라 데 에나레스는 상금 규모로만 총 5억2천 유로에 해당하는 당첨자를 배출했다.

이 마을의 한 부부는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둘 다 실업수당으로 연명하는 신세였지만, 오늘은 당첨자가 됐다”며 춤을 췄다.

특히 올해에는 회사가 도산하면서 5개월째 임금이 끊긴 한 금속부품 회사의 전(前) 직원 50여명이 함께 당첨의 기쁨을 안기도 했다. 이들은 복권을 사려고 기금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민의 활력소가 된 `돈잔치`도 경제위기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제까지 면세 대상이었던 복권 당첨금에 대해 스페인 정부가 내년부터 세금을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2천억 유로 이상 복권에 당첨되면 20%의 세금이 부과된다.

남유럽의 대표적 재정위기 국가 가운데 하나인 스페인은 그리스와 같은 전면 구제금융을 피하고자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시행해 왔다. /연합뉴스